찻잔은 비웠으나 마주할 사람이 그립다 겨울, 쌓인 눈을 바라보면 표범 무늬를 표백한 느낌이다.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찍으면 표범 무늬가 다시 살아날 것 같다. 살을 에이는 추위는 내게 표범 무늬가 발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느낌이다. 표범 무늬에 무슨 발톱이 달렸으라. 표점 무늬를 좋아하는 여자들의 날카로운 손톱과 새빨간 입술. 눈..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23
녹차의 울음 소리를 가둔다 저녁, 세워놓은 종 닮은 찻잔에서 맑은 소리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면 주거니 받거니 합창으로 가슴에 울린다 때로는 너와 내가 소나무 배후로 지목한 달을 보며 소원을 이야기 하던 때가 그립다 우리들의 잔소리 많았던 생애를 차로씻는다 녹차잔을 아주 삐틀어 비틀면 새벽이 온다고 믿고 싶다 산다..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23
차 한잔에 고독을 안고 벗이시여 세상시름 무거운짐 잠시접어 향긋한 차한잔에 즐거운 대화에 마음에 문을 열어 보자꾸나 뚝뚝 떨어지는 처마끝 물방울 소리들으며 산새소리에 자연의 향 그윽한 산천을 그리워한들 벗에 시름 잠시 잊을소인가 산천초목 벗을삼고 저녁노을빛 가득안고 별빛 드리워진 작은안식처 꿈에 그리..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17
솔토산방의 숲속은 이렇게 겨울을 살아보냈습니다 솔토산방의 숲속은 이렇게 겨울을 살아보냈습니다 모든 생명이 얼어있는 대지에서도 흙을 따스하게 하고 바람을 불게 하고 햇빛을 모아서 파아란 새순을 피워 내고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아니,,,,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모질고도 힘겨운 일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혼자면 외로워서 둘이되고..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15
시(詩)가 담긴 찻잔이 올라가네 시(詩)가 담긴 술잔이 올라가네 올라가고 내려오는 찻잔에 흐드러진 매화꽃, 늘어진 가지마다 춘풍에 춤을 추고 한 잔차의 시가 되니 남쪽에서 흘러오는 물길 따라서 동그란 얼굴 백화가 만개하고 봄바람불어 오니 하얀 달밤이면 그윽한 향기 겨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가지마다 봄을 알리..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13
이곳은 나의 휴식처 늙은 노송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 있는 솔토산방 그 곳의 나의 휴식처 햇빛 사이로 조금씩 새어 나오는 껄껄한 풀 끌어내려도 끌어내려도 주목의 아픈 가슴팍을 휘감고 빠져 나오지 못한 풀들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자주 오르내리는 숲길 푹석한 낙엽송들이 자주 내리는 눈과 비에 머리를 감고 떠들..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13
산방의 밤 나들이 달이 숨은 그믐밤에 전등불빛이 사라지면 바로 내 몸의 가지끝인 손조차 보이지 않을 때 문득 창으로 시선이 간다. 어둠에 익숙해지길 기다려 창밖을 내다보면 희미한 별빛에 먼 산은 형태조차 없고 가까운 산은 흔들리는 그림자가 되고 산방 한켠 소나무만이 회색빛 가지로 날 유혹한다. 저 무색으로..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12
차 한잔 차 한잔 부끄러움으로 얼룩진 알몸을 하얗게 드러낸 채 빛으로 멍든 가슴 잠자코 재껴둔 동심의 나락끝에서 딸깍,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물러난 차잔 모난 작설잎 처럼 외톨이로 자라나 세상 가장 어진 마음으로 제 한 몸 굴려 청춘을 희생했건만 참으로 이건, 눈부신 날들이구나! 홀로 남은 적막과 차..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10
잔 속에 달이 출렁거린다 잔 속에 달이 출렁거린다 흙빛 만월을 기우리면 열 나흘 하현달, 스무 날 상현달 뜨거운 달의 열기와 입술의 연리지를 타고 나의 세월도 하현으로, 만월로, 다시 상현이다가 캄캄한 그믐밤을 지나면 가만히 돌아와 평온한 곳에서도 탁한 보름달은 온 마음 떨고 있고 일렁이는 달의 호면 들뜨며 출렁거..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10
찻물과 황차 찻물과 황차 한라산 중 허리 산방에서 주로 삶을 영위하는 나에 게 축복이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나무들 곁에 숲 곁에 살고 싶어 이곳에 개인 차실을 만들었는데 소나무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놀랐고,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얼마나 감격했던가. .. 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201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