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차 한잔

우석푸른바다 2011. 2. 10. 18:43

차 한잔

부끄러움으로 얼룩진 알몸을

하얗게 드러낸 채

빛으로 멍든 가슴

잠자코 재껴둔 동심의 나락끝에서

딸깍,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물러난 차잔

모난 작설잎 처럼 외톨이로 자라나

세상 가장 어진 마음으로

제 한 몸 굴려 청춘을 희생했건만

참으로 이건, 눈부신 날들이구나!

 

홀로 남은 적막과 차 한잔하는 시간,

너무나 친절한 그들이 제각각의 가면을 쓰고

불확실한 감정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부끄러운 기억에

부르르 몸을 떨면

째깍째깍 그것은 이미 옛날일이야 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대답하고야 마는

그 역시 외로운 시계추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소리처럼

지금 간다 지금 간다 하고

누군가 나를 불러주었으면

 

혀 끝 언저리 남겨진 쓰디쓴 서글픔

귀가 울리도록 숨이 막혀온다

옳구나 시간을 꿰던 적막들이 바늘을 들고

콕콕콕 콕콕콕 하고

가슴께에서 한참 실랑이하다

내 시선 끝에서 투명해진다

마치 허공 속으로 무너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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