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찻잔은 비웠으나 마주할 사람이 그립다

우석푸른바다 2011. 2. 23. 22:31

 

겨울, 

 

쌓인 눈을 바라보면 표범 무늬를 표백한 느낌이다.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찍으면 표범 무늬가 다시 살아날 것 같다.

 

살을 에이는 추위는 내게 표범 무늬가 발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느낌이다. 

 

표범 무늬에 무슨 발톱이 달렸으라.

 

표점 무늬를 좋아하는 여자들의 날카로운 손톱과 새빨간 입술. 눈이 내린다. 

 

깔때기가 있다면 햇빛을 거르고 걸러서 냐가 남긴 발자국을 데우고 싶다. 

 

눈발을 바라보면 세상에서 늘 먼저 사라지고 흔들리는 건 나 자신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열정뿐이다.

 

허무한 생각. 지키고 싶은 것들이나 버리고 싶은 것들이나 조용히 눈을 맞고 있다.

 

조용히 산다는 것.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보니 목이 마르다.

 

술은 쉽게 마실 수가 있으나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은 세월이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가장 바쁜 게 세월이 아니던가. 찻잔은 비웠으나 마주할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