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이야기/커피 이야기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

우석푸른바다 2011. 1. 17. 02:23

커피라는 음료는 관성, 혹은 중독성이 매우 강한 음료입니다.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음용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드물고, 한 번 입맛이 정해지면 그 맛을 고수하는 경향도 강합니다. 커피믹스를 선호하는 사람은 커피믹스만 찾고, 별다방 커피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은 다른 가게의 커피는 맛이 없다고 하죠.



 

커피(생두)가 생산되는 곳은 커피밸트에 한정되어 있고 그 생산량도 일정한 편인데 반해 커피의 소비량은 위와같은 이유로 계속 증가할 것이므로 그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커피 가격에 대한 최신뉴스들



 

역시나 요 몇 년의 이상기후로 인해 산지의 커피생산량이 줄어들어 작년부터 커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며칠 전에는 국제 선물시장에서 한 정체불명의 큰 손이 막대한 량의 ‘로부스타 생두’를 사들여 커피가격이 급등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또 이런 이유들로 국내 인스턴트커피 업체들이 커피제품의 가격을 올리려 하지만 커피 전문점과의 가격경쟁을 의식해 목하 고민 중이라는 뉴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가 커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베트남’입니다. 우리나라 인스턴트커피의 주원료가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인스턴트커피 소비량이 원두커피 소비를 압도하고 있고, 점점 그 격차가 줄어드는 흐름입니다. 한편 베트남은 최근 2,3년 사이 콜롬비아를 제치고 커피 수출 세계 2위국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베트남의 약진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처 2위는 콜롬비아입니다. 말이 2위이지 인스턴트커피를 제외하고 보면 1위나 다름없습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우리나라의 대 콜롬비아 수입액 중 절반에 가까운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먹는 커피도 콜롬비아 커피라고 하죠. 미국은 우리나라가 커피를 수입하는 나라 5위국이기도 합니다. 다 ‘별다방’의 활약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우리나라는 커피의 맛과 가격에서 콜롬비아 커피의 영향권 하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국내의 커피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가장 많이 마셔 온 커피, 커피맛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 쌉쌀하고 부드러운 맛의 그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협상 진행 중인 ‘한-콜롬비아 FTA’가 성사된다면 그 영향력은 더 강해지겠죠? 커피 같은 열대작물과 지하자원이 주요 수출품인 콜롬비아와의 FTA, 아직까지는 양국 모두에게 득이 되는 협정으로 보입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이중성


 


콜롬비아 커피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커피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콜롬비아 커피는 그 역사나 맛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은 커피입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맛은 강력합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입에 머금는 순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한 신맛으로 입 안을 장악한 후, 곧바로 풍부한 향을 뿜어내며 혀의 뒷부분과 후각을 자극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간 뒤에도 강한 바디감과 달작지근한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만약 콜롬비아 커피의 생산량이 적었다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보다 비싼 커피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말에 여행기중독자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행기중독자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더 신빙성이 있겠죠? 콜롬비아 Huila 주 San Agustín 산 커피인 ‘Virmax’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커피로 뽑히며 2년 연속 올해의 커피상을 수상했습니다. 2위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3위는 온두라스 Marcala 주 Mogola, 그 다음으로 케냐, 페루, 파나마, 하와이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역시 미국 주관이라 그런지 중남미 커피가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튼 콜롬비아 커피의 뛰어남을 증명하는 자료임에는 분명합니다.



 

거기다가 콜롬비아 커피는 다른 커피에 비해 10~20% (자메이카의 1/10 가격) 쌉니다. 세계 커피 수출량 3위, 커피산업 종사자 50만 명(국민 7명 중 한명 꼴이라고 함), 국가차원의 커피 관리 원조국(일괄 수매, 등급 및 품질관리)의 경쟁력입니다.



 

그렇다보니 콜롬비아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 다른 커피를 마실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이 비롯됩니다. 일예로 다음과 같은 평가도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소비자에게 별 인기 없는 고급 커피를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이다.” - 헤닝 제후젠의 <엔조이 커피> 중



 

“콜롬비아 커피는 강한 신맛으로 입맛을 길들여 다양한 커피를 음미하기 어렵게 만든다.” - 모 커피체인 CEO의 인터뷰 중


 

모든 강한 존재들이 그렇듯 콜롬비아 커피는 다양한 미각을 마비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죠. 콜롬비아 커피를 커피계의 황소개구리나 꽃매미와 같이 보는 것인데요, 이러한 경향은 아프리카 커피를 애용하는 유럽 사람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콜롬비아 커피를 둘러 싼 논쟁은 거대한 커피산업을 두고 벌어지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콜롬비아 FTA를 앞둔 이 시점에서 그 맛에 무력하게 길들여지기 보다는 다양한 커피의 맛과 문화, 거래방식에 관심을 갖는 것이 올바른 소비자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울러 커피뿐 아니라 콜롬비아의 사람들, 안데스 산맥과 카리브 해, 태평양, 아마존 밀림을 모두 끼고 있는 그곳의 자연, 소설가 마르께스, 화가 보테로, 여가수 샤키라와 같은 그곳의 예술에 대한 관심도 가졌으면 하고요.



 

콜롬비아 커피의 상징 ‘후안 발데스 Juan Valdez ’


 



콜롬비아 커피와 관련한 뉴스 중 최근의 가장 핫한 소식은 콜롬비아 커피 체인점 ‘후안 발데스’의 국내 상륙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노리던 ‘후안 발데스 카페’의 한중일 영업권을 우리나라의 업체가 ‘따냈다’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후안 발데스’는 안데스 산맥을 타고 커피콩을 실어 나르던 당나귀와 콜롬비아 커피농장 아저씨를 상징화한 캐릭터입니다. 전 세계 호감도 제일의 광고 캐릭터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편 실제 모델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당나귀와 농장아저씨도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이 되겠군요. 그 캐릭터만으로도 여윳돈이 있다면 하나 차려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는 여행기중독자입니다.



 

내년 초 1호점 런칭을 준비중이라고 하는데요, 아무쪼록 미국, 유럽, 일본계 주도의 커피체인점 문화에 새로운 변화가 오길 바라봅니다.  이국적이면서도 푸근하고 가격도 착한 체인점이길... 비정규직 알바도 덜 쓰는 체인점이길...



 

등급과 로스팅



 

콜롬비아 커피는 크기로 등급을 나눕니다. 가장 큰 사이즈부터 슈프리모(Supremo), 엑셀소(Exelso), U.G.Q(Usual Good Quality), 카라콜리(Caracoli) 네 등급입니다. ‘슈프리모’는 스페셜티급, ‘엑셀소’ 이상이 수출용, U.G.Q와 카라콜리는 내수용입니다. 예전 케냐&탄자니아 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콜롬비아의 커피 관리 시스템은 후발 커피재배국들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로스팅은 밸런스가 좋은 커피이므로 2차 펌핑 직후인 ‘시티’정도로 볶아줍니다. 과도하게 볶을 경우 그 신맛과 향이 쓴맛에 묻히게 됩니다. 추출의 경우 그 맛이 워낙 강하므로 어떤 식으로 뽑거나 베리에이션(조제)하더라도 훌륭한 맛을 보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