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이야기/커피 이야기

최고의 아이스커피를 찾아서

우석푸른바다 2011. 1. 17. 02:24

아이스커피의 맛



 

사계절이 유난히 뚜렷한 우리나라는 커피도 다양하게 즐기는 편입니다. 커피는 단 한 알도 나지 않지만 베리에이션은 오히려 다양합니다. 애초에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나오게 된 이유도 커피가 아주 비싸던 시절에 그 양을 늘려서 마시기 위해 시작되었다죠?



추운 겨울에는 적당히 우려낸 커피를 대접만한 커피 잔에 들고 마셔야 제격이고, 하늘 높은 쨍한 날에는 크래머가 두텁게 올라앉은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제격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봄날에는 진한 드립 커피가 제격이고... 갖다 붙이자면 끝이 없는 것이, 역시 사계절은 인간을 지능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더운 여름, 타는 갈증과 지친 몸에는 역시 아이스커피가 제격이겠죠? 아이스커피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갈증’과 ‘지친 심신’을 달래주어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는 일단 향이 중요하겠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차가운 기운과 함께 입 안에 가득 퍼지는 커피향이야 말로 아이스커피의 첫 번째 포인트입니다.



 

한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바디가 강해야 합니다. 얼음에 어느 정도 희석되더라도 마신 후 혀에 착 달라붙어 쌉쌀한 여운을 길게 이어가줘야 커피를 통한 갈증해소가 완성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결론적으로 아이스커피에는 향이 강하면서도 묵직한 특성을 가진 커피가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여행기중독자가 추천하는 조합은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되겠습니다.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 커피



 

파푸아뉴기니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계열의 커피입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계열 커피의 특징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맛을 두텁게 밀고 나가는데 있습니다. 입안과 목구멍에 닿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그 풍미가 점점 더해가다가 커피를 삼킨 후에도 계속 커피를 입에 머금은 것 같은 강한 여운을 이어갑니다. 이것이 화려한 궤적을 자랑하는 예멘 모카나 하와이안 코나와의 차별점이고, 그 희소성으로 인해 일반 아라비카 커피의 열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이유입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자메이카 커피가 재배되기 시작한 이유는 그 희소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의 열악한 재배조건에 아쉬워하던 루터파 선교사가 1937년 이곳으로 자메이카 커피를 들여와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파푸아뉴기니에서 재배된 커피는 훨씬 변화가 심한 기후를 만나며 자메이카 블루마운틴보다 다채로운 맛을 지닌 커피로 재탄생합니다. 블루마운틴에서 빈틈없이 결합되어 있던 강력한 초콜릿향과 부드러운 쓴맛이 분리되며 처음, 중간, 끝의 궤적을 그리게 된 것이죠.



 

파푸아뉴기니는 그 매력적인 초콜릿향으로 아이스커피에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커피가 아무리 시원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달달하다 하더라도 아로마가 없으면 섭섭한데요, 파푸아뉴기니는 차가운 중에도 강력한 아로마를 풍기는 한편 두터운 바디감을 유지합니다. 아이스커피용으로 제격입니다. 자메이카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대체해서 즐기는 커피, 대부분 유기농 생두가 들어오기에 건강에도 좋은 커피가 파푸아뉴기니 커피입니다.



 

파푸아뉴기니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 아이스커피는 제법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포스팅하면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만델링의 특징은 ‘비오는 날의 흙냄새’라 불리는 강력하고 독특한 뒷맛에 있습니다. 이 표현을 아이스커피에 적용하자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아닌 ‘시원한 자연풍’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지친 몸과 갈증을 날려 줄 한 잔의 아이스커피를 위해 강한 초콜릿향을 가졌지만 자메이카에 비해 뒷맛이 다소 엷어진 파푸아뉴기니와 원초적인 뒷맛을 가진 수마트라 만델링을 섞습니다. 두 커피 모두 묵직한 커피이므로 바디감이 더 견고해 집니다. 파푸아뉴기니의 포인트는 첫맛에 있고, 만델링의 포인트는 뒷맛에 있으므로 서로의 장점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매력을 발산합니다.



 

각 커피가 포인트를 이루는 지점을 파악하고 그것이 서로 겹쳐지지 않게 조합해서 다양한 궤적의 맛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커피브랜딩 원리입니다. 물론 배합 비율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이 만들어지겠죠?



 

로스팅



 

파푸아뉴기니의 향을 강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약하게 볶아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커피를 약하게 볶으면 약산 비릿한 생콩 냄새가 남게 되는 단점이 있는데요, 이때 필요한 것이 ‘숙성’입니다. 볶은 커피를 2,3일 정도 숙성(그냥 놔두는 것)시키면 생콩냄새가 부드러워지며 비릿한 맛이 사라지게 됩니다. 바디는 강하지 않되 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만드는 비결은 숙성에 있습니다.



 

만델링은 그 포인트가 뒷맛에 있으므로 세게 볶아주어야 더 묵직하고 깔끔해집니다. 어차피 브랜딩하실 생각이라면 아예 그라인딩을 해서 두 커피를 섞은 후 숙성시켜 주세요. 마치 하나의 새로운 커피처럼 다양한 맛이 부드럽게 결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