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이야기/커피 이야기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우석푸른바다 2011. 1. 17. 02:22

중미는 질 좋은 커피로 유명한 곳입니다. 북미와 남미 사이를 이어주는 기다란 땅 위에 여러 나라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곳에는 모든 나라에서 커피가 생산됩니다. 말 나온 김에 그 나라들을 한번 위부터 죽 훑어볼까요?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조그만 나라들이 붙어있는 관계로 다 그 나라가 그 나라 같습니다만 각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가 뚜렷하고, 커피 또한 그 개성이 뚜렷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개성 강한 커피 ‘멕시코 알투라 (Mexico Altura), 과테말라 안티구아 (Guatemla antigua), 코스타리카 따라쥬 (Costa Rica Tarrazu)’를 소개할까 합니다. 일명 ‘중미의 쓰리 아미고스’입니다.



 

멕시코 알투라 (Mexico Altura)


 

 

멕시코 알투라를 처음 맛보았을 때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놀라운 발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첫 번째 놀라움은 그 맛이 예맨 모카 마타리와 흡사하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멕시코 알투라는 강한 향과 신맛으로 시작해 뒤에서 향기를 내뿜으며 솟구치는 궤적을 그립니다. 예멘 모카 마타리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 뒷맛은 마타리와는 다르게 가볍고 깔끔합니다. 바디가 약한 관계로 그 버라이어티한 면이 훨씬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사람들도 ‘마타리가 적포도주라면 멕시코 알투라는 백포도주다’라고 한다고 하네요. 여행기중독자는 이렇게도 비유하고 싶습니다. 마타리가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로 수놓아진 겨울 코트라면 멕시코 알투라는 화려한 꽃무늬의 얇은 원피스 같다고. 두꺼운 화려함과 가벼운 화려함입니다. 만약 이 두벌의 옷이 한 곳에 걸려 있다면 어느 쪽을 고르실지요? 겨울옷이 더 비싸듯 마타리가 두 배 정도 비싸답니다.



 

그러고 보니 멕시칸들의 ‘솜브레로(sombrero, 모자)’나  ‘세라페(serape, 망토)가 아랍 남성들의 치장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혈질적이고 호전적인 기질도 닮아 보입니다. 아랍 남성들이 뭔가 결연하면서도 숙명적인 분위기라면 멕시코 남자들은 소란스러우면서도 즉흥적이죠. 진지함과 명랑함입니다. 두 커피의 차이와 정확히 일치하네요.



 

‘멕시코 알투라’라는 이름 중 ‘알투라 altura’는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고지대’를 의미 합니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모두 같고, 스페인, 미국, 남미에서 고지대의 지명으로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17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나는 최상급 커피를 ‘알투라’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알투라 코아타펙 coatapec’이라고 하면 멕시코 베라쿠르즈 지역의 코아타펙이라는 고장의 고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라는 뜻이죠.



 

멕시코만 연안의 유전이 계속 타고 있겠군요. 들리는 말에는 우리나라 경기도만한 기름띠가 생겼다고도 하고, 허리케인이라도 불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던데... 그곳이나 이곳이나 인간이 벌여놓은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바다가 고생입니다.



 

로스팅 & 추출



 

커피는 약하게 볶을수록 향기와 첫맛이, 강하게 볶을수록 바디와 뒷맛이 강해집니다. 멕시코 알투라는 첫맛에서 뒷맛에 이르는 밸런스가 그 맛의 포인트이므로 대개 양쪽을 모두 살려주기 위해 과하지 않게‘시티(city) - 2차 펌핑 직후 '로 볶아줍니다. 추출은 가벼움 속에 다채로움을 살리기 위해 너무 진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로 추출했을 때 보다는 드립을 했을 때 더 고급스럽죠.



 

과테말라 안티구아 (Guatemla antigua)


 

 

멕시코 바로 아래의 나라 과테말라로 갑니다. 과테말라는 ‘나무가 많은 땅’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먼저 국장을 좀 볼까요? 국장에 그려진 새는 마야문명에서 신성시하는 ‘께찰’입니다. 께찰은 과테말라의 국조인 동시에 화페 단위이기도 하죠. 마야문명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인신공양을 하던 신관들이 머리 꽂고 있던 긴 깃털이 께찰의 깃털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국장에서 께찰을 둘라 싼 나뭇잎이 바로 커피나무 가지입니다. 과테말라는 국장에 커피관련 문양이 들어가 있는 유일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행기중독자에게는 케냐 국기의 마사이족 방패 문양만큼이나 인상적입니다.



 

과테말라 커피는 세계 최강의 ‘스모키 (smokey)' 커피입니다. 멕시코 알투라 보다 바디도 강하고 신맛도 강합니다. 과테말라 커피는 밸런스도 좋고, 특히 대체 불가능한 스모키함으로 많은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과테말라 커피를 잘 가미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브랜딩 비법 중 하나입니다. 별다방 커피가 대표적인 경우죠.



 

그 맛의 차이는 바로 화산재 토양 때문이라고 합니다. 화산재 토양의 어떤 성분이 뿌리를 통해서, 그리고 바람을 통해서 커피열매에 스며든다는 얘기. 좋은 커피가 나는 많은 곳이 화산재 토양입니다. 화산재 토양의 어떤 성분도 영향을 미치겠고, 또 물 빠짐이 커피나무의 생장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과테말라는 이렇듯 좋은 커피가 나는 나라이긴 합니다만, 잊을 만하면 한인 간 총격전 사건이 들려오는 나라, 문맹률이 60%를 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치안이 불안하고 공공시스템이 아직 미약하다는 의미가 될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미에서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선 그곳은 거대한 마야유적인 ‘띠깔 피라미드’가 있는 곳이지요. <가 보기 전에 죽지마라>에서 이시다 유스케가 세계 최고의 유적으로 뽑은 곳입니다. 밀림 속에 우뚝우뚝 솟은 피라미드들을 보며 스모키한 과테말라 커피를 홀짝거린다면 최고일 텐데 말이죠. 거기에 독한 담배 한대를 곁들이면 완벽한 스모키가 되겠죠?



 

또 과테말라는 스페인어를 가장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순박하고, 체류비도 싸고, 저렴하게 1:1식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남미 여행을 앞 둔 장기여행자들이 이곳에 한 달 가량 머물며 기초적인 스페인어를 배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 여행기중독자에게 그런 날이 오기는 오는 걸까요? 뉴스를 끄고 덧없는 설렘을 과테말라 커피 한잔과 담뱃갑에 남미 지도가 그려진 모 담배 한대로 달래보는 오늘입니다. 



 

기분도 그런데 경품 퀴즈 한 번 할까요? 그 동안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말이죠. ‘과테말라 국장의 중앙에 종이 위에 쓰여 진 문구는 무슨 뜻일까요?’ 댓글로 가장 먼저 정답을 달아주시는 두 분에게 여행기중독자가 직접 로스팅한 과테말라 안티구아 200g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방문자 1만 돌파하는 날 로스팅 및 배송할 예정입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로스팅 & 추출



 

조금 세계 볶아주어도 괜찮은 커피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볶으면 스모키함이 쓴맛에 방해를 받게 되므로 2차 펌핑 직후까지가 좋겠습니다. 추출은 어떤 식으로 해 주어도 스모키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진하게 뽑을수록 스모키함도 짙어집니다.



 

코스타리카 따라쥬 (Costa Rica Tarrazu)


 

 

과테말라에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를 지나 코스타리카로 넘어갑니다. 치안이 불안한 쓰리 아미고스군요. 하지만 코스타리카에 도착했으니 이제 조금 긴장을 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중미국가들 중 가장 정치가 안정되고 자연을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그 이름도 ‘풍요로운 해안’인 코스타리카는 땅 넓이는 세계의 0.03% 이지만 전세계 생물 다양성의 5%를 보유한 자연강국입니다. 이것은 좋은 기후조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책적인 자연보호 정책의 결과라고 하네요. 특별한 자원이 없는 코스타리카는 플랜테이션 농장을 만들기 위한 벌목과 개간을 멈추고 친환경 국립공원 조성에 힘써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국토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보존된 숲과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커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경작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넓지 않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생두도 크고 알차죠. 또 아라비카 품종을 보호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자라는 로부스타종을 벌목하여 커피의 품질을 관리한다고 합니다. 여러 방면으로 자연을 잘 관리하는 나라네요.



 

코스타리카 커피는 역시 그 맛에서도‘풍부함’의 대명사입니다. ‘좋은 멕시코 커피는 사람들을 활발하게 만들지만 코스타리카 커피는 사람을 진실하게 만든다.’라는 말은 코스타리카 커피의 충실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운 감칠맛을 베이스로 해서 두터운 풍미를 선사하죠. 대개 중미커피는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특징이 있고, 남미커피는 부드러우면서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는데요, 코스타리카 커피는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하고, 풍부하면서도 섬세합니다.



 

코스타리카 커피의 이름에서는 'SHB'라는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커피의 등급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SHB는 멕시코의 ‘알투라’와 같이 고산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를 의미합니다. 풀어서 쓰자면 'Strictly Hard Bean'인데요, 이는 고도 1600-1700m에서 생산된 커피에 붙는 등급입니다.



 

멕시코를 비롯한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의 중미 지역에서는 고도에 따라 커피의 등급을 나눕니다. 고도가 높으면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낮과 밤의 팽창과 수축이 크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생두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Strictly Hard Bean'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고산의 차가 좋고, 고랭지 채소가 맛있는 이유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로 ‘코스타리카 따라쥬 SHB'라고 한다면 코스타리카 따라쥬 지방의 고산지대에서 난 최상급 커피 입니다. 



 

그 아래 등급은 1350-1500m에서 생산된 커피는 'HB(Hard Bean)', 1200-1350m의 커피는 'SH(Semi Hard BEAN)'인데요, 대개 SHB등급은 수출용, HB등급, SH등급은 내수용으로 쓴다고 합니다.



 

참고로 콜롬비아와 아프리카는 크기에 따라 등급을 결정합니다. 콜롬비아에서 크기가 가장 큰 커피는 ‘슈프리모’라고 하고요, 아프리카에서는 대개 'AAA'나 ‘TOP'같은 표현을 씁니다.



 

로스팅 & 추출



 

세 가지 커피 중 로스팅에 가장 덜 민감한 커피입니다. 그만큼 안정된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디감을 높이기 위해서 시티 로스팅(2차 펌핑 직후)보다 약간 더 볶아주어도 괜찮습니다. 세 가지 커피의 적정 로스팅을 비교하자면  시티단계를 전후하여 ‘멕시코 알투라 > 과테말라 안티구아 > 코스타리카 따라쥬’가 되겠습니다.



 

추출의 경우 그 묵직함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진하게 뽑아줍니다. 드립을 하면 더 좋고요, 드립 중에서도 천으로 걸러내는 융드립을 하면 더더욱 부드럽고 묵직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