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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절대 강자,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우석푸른바다 2011. 1. 17. 02:17

 


 

‘예멘 모카 마타리(Yemen Mocha Mattari)’는 풍부한 향과 두터운 뒷맛이 완벽하게 조화된 커피입니다. 처음 마시는 그 순간, 단번에 아랍 남성들이 차고 다니는 긴 칼이 떠올랐습니다. 은과 금으로 만든 손잡이에 보석이 박혀있고, 넓적한 칼날이 반달 모양을 그리는 두툼한 칼날처럼, 예멘 모카 마타리는 화려한 첫맛을 두텁게 밀고 가다가 마지막에 휙~하고 육중하게 하늘로 솟아오르는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가 고흐도 이 커피를 가장 좋아했다고 하니 스스로의 입맛에 마구 신뢰가 생깁니다.    



 

세계 3대 커피



 

대개 세계 3대 커피하면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맨 모카 마타리’를 꼽습니다. 모두 강한 개성과 나름의 완벽한 밸런스를 가진 커피들입니다. 이들이 3대 커피로 자리 잡은 이유는 그 뛰어난 맛과 적은 생산량에 있습니다.



 

커피를 둘러싼 속설 중에 ‘우리나라에 대량 판매되는 스페셜티 커피는 80%이상이 가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산량으로 볼 때 그만큼의 수량이 유통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것을 시중에 나온 그 가격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을 깔고 하는 얘기입니다. 완전히 사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원두를 섞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지요.



 

일반적인 생두와 비교할 때 예멘 커피의 가격은 두 배 정도, 하와이안 코나는 여섯 배,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은 열배 정도 합니다. 생두를 사서 먹는 여행기중독자도 선뜻 주문하기 부담스럽습니다. 이쯤 되면 그 가격이 싸면 싼대로, 비싸면 비싼대로 미심쩍은 생각이 들게 되어 차라리 콜롬비아나 케냐처럼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를 먹는 것이 맘편한 일입니다.



 

그런데 일단 먹어보니 ‘아, 이런 게 커피 맛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렴한 커피를 블랜딩 할 때 맛의 기준을 제시하는 셈이 된다고 할까요? 의심 없이 커피의 맛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커피를 직접 로스팅 할 때 느끼는 작은 보람입니다. 그 중에서도 예멘 모카는 세계 3대 커피 중 가장 감동적인 맛이었습니다. 아랍과 유럽을 커피에 미치게 만든 장본인답게 묵직하면서도 버라이어티한 커피였습니다. 



 

예멘 모카커피의 여정



 

예맨 모카는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르(Ethiopia Mocha Harrar)'가 홍해를 건너가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향했듯이 커피도 그 길을 통해 홍해를 건넌 셈입니다. 아라비아 반도 서남쪽 구석에 조그만 나라, 예멘의 남쪽은 홍해와 인도양을 면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를 통틀어 가장 온난한 기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특히나 습한 지역인 중앙 산간지 ‘바니마타리’ 지역에서 나는 커피가 바로 ‘예멘 모카 마타리’입니다.

 


에디오피아 커피의 향이 비옥한 토양과 좋은 기후를 만나 강력한 초콜릿 향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애초에 커피 사탕이나 초콜릿의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예멘모카는 이미 오래전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맛입니다.



 

예멘 커피는 그 맛으로 순식간에 커피의 존재를 아랍과 유럽에 알립니다. 커피는 예멘의 ‘알 모카’항에서 이슬람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슬람은 치열한 논쟁 끝에 커피를 술과는 다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카후아’라는 음료를 공식화했고, 오스만투르크의 수도 이스탄불에 이르러 상류계급의 커피 회합인 ‘사론’이 대중화되면서 카페문화가 탄생됩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 혹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버려진 커피자루를 들고 가서 유럽 사람들도 커피를 알게 되었고, 네덜란드 상인들은 결국 커피를 사기 위해 ‘알 모카’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강대국들은 몰래 각자의 식민지로 커피나무를 가져갑니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로, 프랑스는 브라질로...



 

‘설렁탕 효과’라는 말이 있죠. 설렁탕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맛있는 설렁탕을 먹어보면 설렁탕을 좋아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작금의 이 거대한 커피 산업을 불러 온 것은 따지고 보면 예멘 커피의 설렁탕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00년 전통의 맛



 

예멘의 커피 농장은 지금도 대농장화 되지 않고 400년 전 옛날 방식 그대로 재배, 가공하고 있다고 합니다(여기서 옛날 방식이란 소량의 커피를 자연 건조하여 가공하고 있다는 뜻). 그래서 예멘의 생두는 못생긴 걸로 유명합니다만 자연건조로 인해 풍미가 강해는 것은 물론 100% 유기농이라는 사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강력한 커피가 왜 강대국이나 대자본의 손을 타지 않은 걸까 궁금해집니다.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이나 하와이안 코나도 알고 보면 일본인들의 대대적인 투자와 관리 하에 스페셜티 커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역사학자가 아닌 이상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내긴 어렵겠습니다만 한번 발동한 호기심이 멈추질 않는 관계로 좀 깊이 들어가 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예멘이라는 나라의 폐쇄성과 ‘카트’라고 하는 준 마약성 식물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맨은 커피 이전에는 ‘유향’으로 상당히 번성했던 나라입니다. ‘시바의 여왕’으로 유명한 시바 왕국은 예멘에 있던 왕국입니다. ‘유향’은 종교의식의 필수품이었기에 유향의 주 생산지이던 시바 왕국은 그 명성이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부유하였다고 합니다.



 

그런고로 이 유향의 채취나 제조에 관한 사항은 시바 왕국의 1급 산업 비밀이 됩니다. 결국 그들의 영화는 유럽이 그리스도교화 되는 바람에 더 이상 종교의식에 유향을 사용하지 않게 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몇 세기 후 커피가 다시 예멘에 부를 불러 옵니다. 예멘 모카커피의 강력함도 강력함이거니와, 아프리카의 커피도 사하라 사막에 막혀 결국 판로를 찾아‘알모카’항에 집결하게 됩니다.



 

이번엔 커피가 유향처럼 예멘의 1급 산업비밀이 됩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이 커피나무를 악착같이 숨겨서 인도네시아 자바섬이나 실론으로 가져가 재배하기도 합니다만, 다른 곳에서 자란 커피는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예멘 커피와 같은 맛을 내지 못합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무역의 요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제한했고, 그래서 더욱 폐쇄적이고 호전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예멘과 아프리카 소말리아 사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석유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과 유럽에 시달리면서도 요충지라는 이점을 이용해 독립성을 유지합니다. 그들은 결국 서방세계를 등에 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하기 위해 소련과 손을 잡습니다. 이슬람교 하나로도 폐쇄적인 나라가 되기 쉬운데 그들은 사회주의 국가이기도 했으니 예멘의 폐쇄성은 두 배가 됩니다. 



 

그곳은 지금, 그 폐쇄성으로 인해 가난하고 혼란스런 나라가 되었습니다만, 어쩌면 그 이유로 여전히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행기중독자에게 그곳은 여전히 신비합니다.



 

카트



 

거기다가 예멘에는 커피를 능가하는 효능으로 커피를 몰아낸 ‘카트’가 있습니다. 카트는 생잎을 따서 씹어 먹는 식물이라고 하는데요, 남아메리카의 ‘코카 잎’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의 남성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관계로 저녁마다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요, 커피나 차로 술을 대신하던 그들은 이제 카트를 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예멘에서는 커피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커피 견문록>의 저자가 예멘에서 커피를 찾기 위해 며칠을 헤매 다녀야 했을 정도이니 이제 그들은 거의 커피를 먹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예멘에서 커피가 카트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카트의 소비량 때문입니다. 예멘의 성인 남성은 소득의 30%를 카트 값으로 쓴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카트를 애용한다고 합니다. 둘째, 카트는 커피와 달리 별도의 가공을 거치지 않고 바로 먹는 고로, 이윤은 커피보다 좋고, 수공은 훨씬 덜 들어간다고 합니다. 예멘의 많은 커피 농민들은 지금도 커피 밭을 갈아엎고 카트를 심고 있다고 합니다.



 

카트는 정신을 약간 혼미하게 만드는 식물로 국민 건강이나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커피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아무쪼록 남아있는 커피 밭이라도 안전하기를 바래봅니다. 한편으로는 커피를 몰아낸 ‘카트’의 맛도 궁금해지긴 하네요...



 

로스팅과 추출



 

예멘 모카는 향이 풍부한 커피이므로 너무 많이 볶지 말라고 합니다. 예멘 모카는 약하게 볶았을 때 제대로 초콜릿 향을 풍기고, 신맛이 뛰어납니다. 뒷맛도 에티오피아 커피에 비해 덜 쓰고요. 하지만 역시 제 입에는 로스팅 표준보다 좀 더 볶아주었을 때가 훨씬 맛있었습니다.



 

예멘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로스팅도 중요하지만 추출도 중요합니다. 예멘 커피는 진하게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하게 뽑을수록 맛도, 향도 깊어집니다. 비싼 커피라고 아끼지 말고 듬뿍 퍼 담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