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茶의 계절 새봄을 기다리며~~
창밖으로 내리는 곡우와 마주하고
연리지 같은 참새의 푸른 혀를 닮은
한 잔의 茶를 마신다
여린 햇빛 아래
홀로 고운 매화꽃 점점이 피워
맑은 향기 품어내던 그 골짜기
매운 춘설 견뎌 온
갓 트인 연초록 여린 찻잎
덖고 비비고 덖고 비비고
또 덖어 비비고 말린
서러울 것 같은 청순
그 정성 그대로
점점이 설중매 수 놓은
하얀 다포 깔아
좋은 물 끓여내어
찻잔을 데우고
찻잎에 물 부어 곱게 우려
살포시 한 모금 목에 넘기니
병마에 찌든 가녀린 영혼,
내 눈가에서
내 혀끝에서
맑은 찻잔 속에서
푸르게 푸르게 운다.
- 고형숙 시인의 '雀舌茶' 전문
벌써 남녘의 봄이 기다려지는 겨울 밤이다.
작설차(雀舌茶)라는 이름은 차나무의 어린잎이 참새 혀끝만큼 자랐을 때
채취하여 만드는 데서 연유하였고,
연한 잎을 채취하는 시기는 봄철의 곡우(穀雨) 전후로,
이때가 어린잎의 길이가 참새 혀끝만큼 자랐을 무렵이다.
작설차는 제조 과정이 매우 복잡하여 구증구포,
즉 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리는 번거로움과 잔손질이 뒤따라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작설차는 다기에서 끓이고
찻잔에 옮기는 까다로운 전통 다도 절차를 거쳐야
싱그러운 맛이 난다.
작설차를 계속 마시면 간이 좋아지고
눈이 맑아지며 정신도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맑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작설차는 절집 스님들의 심신 수련 과정에
빠지지 않는 건강식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고형숙 시인의 詩 '雀舌茶'에서는 여러 이미지들이
공감각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작설차'는 직유법, 詩語의 반복을 통한 점층적
이미지와 리듬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
매운 춘설을 견뎌온 찻잎을 따고 제조하는 힘겨운 과정은
'병마에 찌든 가녀린 영혼'에서 푸르게 운다.
詩가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슬픔을 통해서 자신은 물론 독자도 함께 정화되게 하는 것이다.
시인의 섬세한 성품이 배어나는 주지적 詩를 읽으며
추운 깊은 밤에 마시는 茶 한 잔이 참 달고 향기롭다
'率土山房 > 설록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방 (0) | 2019.12.22 |
---|---|
빗 방 울 전 주 곡 (0) | 2019.12.22 |
진한 茶 향이 의자에 앉아 있다 (0) | 2019.12.21 |
그 처연함과 가벼움, 적멸 속에서 보여주는 삶의 간극. (0) | 2017.12.03 |
<지상의 소나무> (0) | 2017.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