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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꿈의 커피, 코피루왁(Kopi Luwak)

우석푸른바다 2010. 12. 16. 11:10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꿈의 커피, 코피루왁(Kopi Luwak)

커피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영화 <카모메 식당>과 <버킷 리스트>. 이 두 영화 속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코피루왁'.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는 한 손님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드릴까요?"라며 커피가루를 드리퍼에 담고 검지손가락을 넣은 채 '코피루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식당 주인인 사치에에게 "정말 매혹적인 풍미의 커피"라고 코피루왁을 소개한다. <카모메 식당>에서 코피루왁은 핸드드립으로 맛있는 커피를 내릴 때 읊는 주문과도 같은 말로 쓰인다.

반면 <버킷 리스트>에서는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코피루왁에 대한 정보가 비교적 자세히 소개된다.

"코피루왁의 원산지인 수마트라에는 야생 나무고양이가 살고 있다. 이 고양이가 원두를 먹고 소화시킨 후에 배설을 하면 마을사람들이 그 배설물과 함께 원두를 가공한다. 나무고양이의 위액과 원두가 결합돼 코피 루왁은 독특한 맛과 향취를 갖게 된다." 주인공 카터(모건 프리먼)는 코피루왁이 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선 한바탕 웃어재끼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 즉 버킷 리스트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기'를 지운다.

또한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서도 곁에 사이폰과 코피루왁을 둘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는 또 다른 주인공 에드워드(잭 니콜슨)는 영화 속에서 코피루왁을 세계 최고의 커피라 표현한다.

코피루왁은 이처럼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세계 최고의 맛을 가진 커피라 불린다. 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왔기에 거부감이 들 법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최고'라 표현하기에 루왁커피는 커피인들에게 한번쯤은 마셔보고 싶은 커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코피루왁은 도대체 어떤 커피일까.

◆ 코피루왁의 탄생, 잘 익은 커피체리와 사향고양이의 조화

영화 <버킷리스트>에 소개된 것처럼 코피루왁은 고양이와 인연이 깊다. 코피(Kopi)는 인도네시아어로 커피를, 루왁은 사향고양이(civet)를 뜻한다. 사향고양이 커피, 그래서 코피루왁(Kopi Luwak)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과거 사향고양이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널리 분포돼 있었지만 농작물에 피해를 줘 정부 혹은 농민들에 의해 수렵돼 현재는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루왁커피의 가치가 높아지고 소비도 증가됨에 따라 사향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과 함께 양식하고 있는 곳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남부 수마트라와 중북부에는 아직도 많은 사향고양이가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커피농장이 대단위로 이뤄져 있는 수마트라에서는 많은 루왁커피가 발견되고 있다.

사향고양이는 주로 야생동물이나 곤충, 과일 등을 먹고 살지만, 커피 수확철이 되면 야간에 커피체리를 따 먹는다. 사향고양이는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잘 익고 품질 좋은 커피체리만 골라서 먹는데, 이때 커피체리의 껍질과 과육만 소화되고, 씨앗은 내피가 보존된 상태로 배설된다. 바로 이때가 루왁커피의 수집기간인 것.

루왁이 최고의 맛을 가진 커피로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향고양이 배속에서 일어나는 작용 때문인데, 사향고양이가 먹은 커피체리는 침, 위액과 섞여 발효되는 등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커피 고유성분이 변형돼 코피루왁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갖게 된다. 또한 이를 찾아 깨끗이 씻어내는 과정에서 커피의 쓴 맛이 풍부한 향으로 바뀌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

루왁커피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500~800㎏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약 400㎏가 인도네시아 발리, 수마트라, 슐라웨시, 자바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기에는 고온다습한 환경 탓에 그대로 썩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빗물에 씻겨 사라져 버리거나 해충에 의해 소멸 또는 자연퇴비화 되는 경우도 많아 희소성은 더욱 커지는데, 그만큼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보통 50g 원두가 국내에서 70만 원 이상의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이를 커피 한 잔 가격으로 환산하면 잔 당 5~7만 원 정도. 그래서 루왁커피는 사람들에게 꿈의 커피로 여겨지기도 한다.

코피루왁은 소수집상이나 도시업자들에게 발견됐을 경우 일반 커피보다 담배 한 보루 또는 설탕 몇 킬로그램을 더 받는 그런 생두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이 여러 운송수단을 통해 다른 나라로 전해졌을 때는 이처럼 금값이 된다.


◆ 비옥한 땅, 오래된 커피나무… 루왁은 인도네시아산이 최고급

루왁커피도 산지에 따라 품질이 다른데, 루왁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기는 커피 애호가들은 주로 만델링, 가요마운틴 등 수많은 커피를 생산해내고 있는 인도네시아산 코피루왁을 최상품으로 친다. 인도네시아는 땅이 비옥하고 해발 1천 200미터 정도의 높은 산지가 많아 동남아시아 일대 중 커피 생산의 최적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마트라와 자바, 롬복, 토라자 등에서 코피루왁을 발견할 수 있다. 수마트라에는 100년 이상 된 커피나무들이 많아 이런 나무에서 생산된 커피를 사향고양이가 먹었을 경우 그야말로 천상의 커피 맛이 탄생된다고 한다.

모카자바로 유명한 자바지역의 코피루왁은 이보다 더 귀하게 여겨진다. 자바지역의 경우 사향고양이가 자취를 거의 감춰 희소성이 클뿐더러 초콜릿 향이 강해 수마트라 산보다 값이 두 배 정도 높다.

이밖에도 코피루왁은 배설 후 얼마 만에 발견됐는지, 얼마만큼의 일조량에 의해 건조됐는지 등에 따라 그 맛과 향에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근래에는 루왁커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향고양이를 국영농장에서 사육하는 경우도 많은데, 자연 채집의 경우 사향고양이가 여러 종의 커피체리를 골라 먹게 되지만, 농장에서 사육하면서 고양이에게 한 개 품종의 커피만 먹여 배설물에서 얻는 커피 품종을 단일화시킬 수 있게 됐다.


◆ 사향고양이 배설물이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커피나무 주변 또는 건초더미, 낙엽 위에 있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보면 배설했을 당시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비, 바람에 씻긴 형태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주민들은 이를 수집해 건조하고, 물로 세척해 불순물을 분리시킨 후 또 한 번 건조 시킨 뒤 파치먼트(생두를 감싸는 껍질)를 손 또는 기계로 하나하나 분리하게 된다. 이를 3회에서 5회 정도 세척ㆍ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고양이의 배설물은 깨끗한 생두로 재탄생돼 비로소 유통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후 로스팅과 분쇄과정을 거쳐 한 잔의 루왁커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 루왁커피를 맛있게 마시려면

국내에서 루왁커피를 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대부분은 로스팅을 마친 상태의 원두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간혹 생두 자체를 판매하는 곳도 볼 수 있는데, 소비자가 생두를 구입했을 때는 로스팅 해주는 카페를 찾아가 의뢰하거나 집에서 직접 볶아야 한다.

분쇄 단계에서는 지나치게 곱게 갈면 쓴 맛이, 굵게 갈면 싱거운 맛이 나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적당한 입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루왁커피의 진정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필터를 이용해 드립으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고, 이때 커피가루는 7g 정도, 물은 정수나 생수를 사용하고 온도는 90~95℃가 이상적이다.


지난 2월, 커피랩에서는 수마트라산 코피루왁을 가지고 로스팅 포인트별로 시음해보는 자리를 가졌었다. 당시 자체적으로 얻어진 결과를 보면 아래와 같다.

* 국가 : INDONESIA
* 종류 : KOPI-LUWAK SUMATRA
* HULLING(1시간) 후 2시간 동안 로스팅, 테이스팅
* 로스팅
- 로스터기 : T3
- 로스터 : 서동진
- 총 5번 각 200g 로스팅(강배전, 2팝 절정, 2팝 진입, 1~2팝 사이, 1팝 종료)
* 추출도구 : 칼리타 101D PAPER FILTER DRIP

* 테이스팅

1. 1팝 직후(1팝 종료 후 배출)
산미가 꽤 느껴지며 메주, 청국장과 같은 향이 상당히 강해진다.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약배전임에도 불구하고 풋내가 느껴지지 않는다. 발효 향 때문인지 감칠맛도 느껴진다. 처음에는 강렬한 발효향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코피루왁의 특징을 맛보려면 약배전으로 드셔보길 추천한다.

2. 1~2팝 사이(1팝 시작 후 3분 50초 후 배출)
숙성(발효)이 이루어져서 그런지 로부스타 같지 않은 산미가 느껴진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고 메주를 띄운 것 같은 독특한 발효향이 아주 잘 느껴진다. 이 배전도 부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시점인 것 같다.

3. 2팝 직후(2팝 시작 후 5초 후 배출)
가장 먹기에 무난한 포인트 인 것 같다. 적당한 산미가 구조감을 잡아주며 질감과 피니쉬가 좋다. 약배전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발효취가 살짝 약해져서 처음 코피루왁을 접하는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인 것 같다.

4. 2팝 절정(2팝 시작 후 30초 후 배출)
조금 더 밸런스가 잡혀가면서 흙냄새가 약해진다. 로부스타 특유의 구수함과 더불어 로부스타 같지 않은 약한 산미가 보인다.

5. 강배전(2팝 시작 후 1분 후 배출)
쓴맛이 거의 올라오지 않고 수마트라 만델린 특유의 EARTHY(흙맛)이 올라온다. 로부스타의 구수함과 흙맛 그리고 루왁 특유의 발효취가 느껴집니다. 신선한 뉴크랍에서 잘 느껴지는 허브향이 목뒤에서 올라온다. 만델린과 같은 바디감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어울릴만한 배전도다.

결과
파치먼트 상태의 루왁이라 그런지 수분함량이 상당히 높은 느낌이었으며 신선한 콩에서 느낄 수 있는 허브 향과 같은 휘발성 향이 좋게 느껴졌다. 시음을 하면서 느낀 점은 루왁이 희소성과 마케팅 이외에 독특한 향미가 있기에 찾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로스팅 시 2팝을 넘어가면서 루왁의 향미가 감소해 약간은 평범해져 버릴 수 있으니 루왁의 발효 향과 특징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약배전을 추천한다.

자료제공 : 커피랩(커피연구소)




코피루왁이 국내에 소개된 건 지난 2006년으로, 현재 여러 커피쇼핑몰에서 루왁커피를 생두 또는 원두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그 중 일온스에서는 비싸게 책정되는 루왁커피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마셔볼 수 있도록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코피루왁 생두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국영농장 세 곳에서 사향고양이를 사육해 품질 좋은 커피체리를 먹여 생산된 제품들이다. 일온스를 제외한 다른 쇼핑몰에서는 대부분 원두 상태의 코피루왁을 판매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맛과 향을 가졌다는 코피루왁을 한 잔 머금었을 때의 그 느낌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혹자는 '다른 어떤 커피빈에서 맛볼 수 없는 카카오 같은 독특하고 풍부한 향과 시큼한 맛이 느껴진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루왁 특유의 부드러운 목 넘김, 이름 모를 밀림 속 꽃향기를 머금은 듯 입안 전체에 머무르는 밝고 맑은 향미에 몸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맛'이라고도 표현하는 코피루왁의 진정한 맛이 새삼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