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이야기/커피 이야기

커핑(Cupping)

우석푸른바다 2010. 12. 16. 11:12

커핑(Cupping)

커피는 원산지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가지고 있는 맛과 향도 제각각 다르다. 때문에 이상적인 맛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원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커피의 맛과 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때 로스팅(roasting)과 블렌딩(blending)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커피의 특성을 평가하는 '커핑(Cupping)'이란 무엇이고 대표적으로 쓰이고 있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SCAA)에서 규정하고 있는 커핑의 방법과 평가항목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커핑(Cupping)'은 좁은 의미로는 산지에 따른 커피의 특성을 판단하는 것에 한정되지만, 조금 더 넓게는 생두가 지닌 맛과 향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데 쓰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컵 테스트(Cup Test)라고도 불리며, 커피 감별사를 가리켜 커퍼(Cupper)라고 한다. 또 SCAA에서는 '커피 테이스팅 전문가가 커피 빈(bean)을 평가하는 과정'이라 정의내리고 있기도 하다.

커피의 특성은 생두에서부터 결정되기 때문에 생두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로스팅을 했을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쳐나갈 수 있고, 더 나아가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물론 블렌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바로 여기에 커핑을 하는 이유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한 잔으로 추출된 커피에 대해 색상과 향, 질감 등을 평가하는 커핑은 사람의 오감(五感)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커핑 프로토콜(Cupping protocol)과 커핑 폼(Cupping form)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SCAA에서 규정한 것이다. 이는 스페셜티커피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좀 더 명확한 기준의 필요성을 느낀 데서 나오게 됐다.

SCAA는 현재 커핑을 마쳤을 때 그 점수가 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인 커피에만 'Specialty Coffee'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 SCAA 커핑 프로토콜

커핑을 보다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SCAA에서 정한 아래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 커핑을 위한 로스팅

로스팅은 생두를 평가하기 위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생두가 가지고 있는 특색 그대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커핑을 할 때는 로스팅한 후 24시간 이내의 것(최소 8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Agtron(명도 값)은 원두의 경우 85, 가루의 경우 63을 기준으로 명시해놓고 있다(명도 값이 100에 가까울수록 흰색, 0에 가까울수록 검은색을 나타낸다). 로스팅은 최소 8분에서 최대 12분에 끝내야 하며(타거나 티핑이 발생하면 안 된다), 공기 냉각을 원칙으로 한다.

로스팅이 끝난 샘플은 커핑하기 전까지 공기가 통하지 않는 용기에 담아 오염방지를 위해 냉암소에 보관해야 하고, 커핑을 할 때는 샘플당 최소 5컵의 원두를 준비해야 하는데, 컵당 원두량은 7.25~8.25g으로 규정돼 있다.

다음은 그라인딩(grinding). 분쇄 굵기는 일반 드립용보다 약간 굵게 하되, 분쇄 후에 컵에 나누어 담는 것이 아니라 각 컵에 원두를 넣어 개별 분쇄를 해야 한다. 그라인드 하기 전에 그라인더에 남아 있는 이전 샘플 가루 제거는 필수. 그리고 그라인드 후 커핑까지의 한계는 15분이다.

- 물 붓기

커핑 폼에서 그라인드된 상태에서 평가하는 항목을 체크한 후, 나머지 항목들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그라인드된 원두에 물을 부어야 한다.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하지 않고 물을 붓는 이유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경우 탬핑이나 추출시간 등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해당 커피의 진짜 맛을 평가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물 붓기에 있어서도 일정 규칙이 따르는데, 먼저 물은 정수된 물이나 생수를 사용하며, 이상적인 용존성 고형물질 총량(Total Dissolve Solids, TDS)은 125-175ppm(100ppm 이하, 250ppm 이상은 불가)이다. 물의 온도는 93~95도로 맞추는데, 이 때 물은 팔팔 끓인 후 식혀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컵에 담긴 원두에 물을 부을 때는 원을 그리며 컵 상단 끝까지 붓고 커피 입자들이 물을 먹어 가라앉게 되는 3~5분 동안에는 건드리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로스팅과 물 붓기를 마치면 SCAA 기준에 따른 커핑 준비는 끝. 그러면 어떻게 이들을 평가하게 될까? 다음은 SCAA 커핑 폼에 적힌 평가항목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SCAA 커핑 폼을 보면 상단에는 이름과 날짜를, 왼쪽에는 샘플의 번호를 적게 돼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10가지의 평가항목 - Fragrance/Aroma, Flavor, Aftertaste, Acidity, Body, Balance, Sweetness, Clean Cup, Uniformity, Overall - 이 있는데, 각각의 항목은 10점 만점으로 평가되며, 이를 합쳐 SCAA는 100점 만점으로 커피를 평가하고 있다.

커핑을 할 때는 흥흥거리며 냄새를 맡고, 후루룩 거리며 들여 마시고, 또 입안에서 오물거리며 평소보다 지나치다고 생각될 만큼의 액션을 취하게 된다. 이는 입안의 많은 말초신경이 커피의 성분과 접촉해 커피의 풍미를 더 잘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① Fragrance/Aroma : 커핑의 첫 단계는 향기를 평가하는 것. 그 중 Fragrance는 가루 상태의 냄새를 맡는 것이고, Aroma는 물에 젖은 상태에서의 냄새를 맡는 것이다. 향기의 특성은 커피 맛의 자연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두 가지는 생두가 얼마나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

Fragrance는 컵 가까이에 코를 밀고 향을 맡는다. 이 때 컵을 가볍게 두드리면 좀 더 효과적으로 향을 맡을 수 있다. Aroma는 물을 부은 후 3~5분 후 커피 가루가 일부 가라앉았을 때, 표면의 커피를 가볍게 가르며 냄새를 맡는데, 이 때 갇혀있던 커피의 향이 풍부하게 올라오게 된다.

② Flavor : Flavor는 향미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물을 부은 후 약 8~10분이 지나 온도가 70도 정도로 떨어졌을 때 테이스팅을 한다. Flavor는 미각적 감각들과 후각 점막 세포부의모든 인상들이 결합돼 만들어지는 느낌을 보게 되는데, 이 시기에 향 전달이 가장 극대화된다고 한다. Flavor는 맛과 향 등 복합성을 고려해 평가돼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힘차게 커피를 빨아들이는 것이 좋다.

③ Aftertaste : Aftertaste는 앞서 평가한 Flavor의 지속성을 보는 항목이다. 커피를 삼킨 후 혀 뒤끝 부분에서 느껴지며 Aftertaste가 길고 긍정적으로 느껴져야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④ Acidity : 산미. 커피가 70도에서 식어감에 따라 평가하게 되는 항목이다. Acidity는 커피를 마셨을 때 바로 느껴지는 부분인데, 훌륭한 Acidity는 생기, 달콤함, 신선한 과일의 느낌을 준다고 한다.

⑤ Body : 커피의 부드러운 느낌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보통 혀와 입 천정 부분에서 느껴진다. 묵직한 Body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되지만, 가벼운 Body의 경우에도 청량감을 준다면 마찬가지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

⑥ Balance : 앞서 느낀 Flavor, Aftertaste, Acidity, Body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게 되는 항목이다. 이 네 가지 항목이 얼마나 조화롭게 커피 맛을 구성하고 있는지 보게 된다.

⑦ Sweetness : Sweetness, Clean Cup, Uniformity는 온도가 37도 이하로 내려갔을 때 체크하게 되는데, 커핑 폼에 이들 평가항목에는 다른 항목과 달리 5개의 네모 칸(□)이 그려져 있다. 이는 샘플 당 준비된 5개의 컵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당 2점씩 점수를 받게 된다. 또한 이들 세 항목은 샘플용 원두의 수확, 가공, 유통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척도가 되어주기도 한다.

Sweetness은 탄수화물로 인해 느껴지게 되는데, 두드러진 달콤함을 느낄 경우 점수를 받게 된다.

⑧ Clean Cup : 커피의 투명도라 불리기도 하는 Clean Cup은 커피를 머금었을 때부터 Aftertaste까지 부정적인 요소들에 의해 간섭을 받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⑨ Uniformity : Uniformity는 균일성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여기서의 균일성은 샘플 당 준비된 컵들 간의 균일성을 의미한다.

⑩ Overall : 온도가 16도가 되면 커핑을 중지하는데, 이 때 Overall 항목을 체크한다. 이는 이전까지 평가한 것에 커퍼의 주관적인 인상이 부여되는 항목이다. 특정 원산지에 부합하는 품질을 가졌고, 또 샘플이 기대를 충족시켰다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 Defects : Defects는 Taints와 Fault로 나뉘는데, Taints는 주로 아로마에 관련된 요소로 나쁘지만 압도적이지 않은 것을 말하고, Fault는 주로 맛에 관련된 요소로 맛에 있어 심각한 결점이 있을 경우를 뜻한다. 각각 2점, 4점이 감점된다.

* Final Scoring : Final Scoring은 먼저 10개의 항목에서 받은 평점을 더해서 Total Score를 구한 후, 여기에서 Defects 항목에서 받은 점수를 빼서 구하게 된다. 그 결과에 따라 스페셜티커피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가리게 된다.


- 결과 평가
 

총 점

Specialty Description

구 분

95-100

Exemplary

수퍼 프리미엄 스페셜티

90-94

Outstanding

프리미엄 스페셜티

85-89

Excellent

스페셜티

80-84

Very Good

프리미엄

75-79

Good

Usual Good Quality

70-74

Fair

Average Quality

60-70

Exchange Grade

50-60

Commercial

40-50

Below Grade

40 이하

Off Grade

 

레몬 껍질을 벗긴 듯한 향, 토스트 빵과 같은 향, 잔디 향 …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커피. 어떤 한 종류의 생두와 원두를 평가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부터는 집에서부터 커핑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적게는 두 가지 종류의 원두를 준비해 위의 방법을 따라 준비해놓고, 향을 맡고 맛을 보고 그것을 기록해 비교해보는 경험을 하다보면 커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