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이야기/커피 이야기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

우석푸른바다 2010. 12. 16. 11:09

'음식 맛은 손맛이다'는 옛말이 있지만,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에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재료. 그래서 흔히 '재료가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라고 말하곤 한다. 외식업체에서 '유기농 제품이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식으로 재료의 깨끗함과 신선함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 또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의 맛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아마도 커피 콩, 생두가 아닐까 싶다.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 안에 들어있는 씨앗, 즉 생두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 생두에 대해 알아본다.


# 커피열매

커피열매는 보통 체리(cherry)라 부르며, 그 안에 있는 커피콩의 수분을 11~13%로 말린 것을 생두라고 한다. 커피체리는 제일 바깥쪽에 있는 껍질, 그 안에 있는 과육(외과피 안쪽에 있는 약 2mm 두께의 젤리상태), 또 그 속에 있는 파치먼트(생두를 감싸고 있는 껍질), 마지막으로 제일 안쪽에 생두(Green Bean)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갓 수확한 파치먼트 상태의 것을 하나씩 조그만 화분에 심은 뒤, 3~6개월이 지난 후 땅에 옮겨 심으면 열매가 열려 커피체리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파치먼트 상태에서 1년 반 정도가 지나면 체리 열매가 열리고, 3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에 나서게 되지만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재배를 시작한 지 5~10년이 지난 후라고 한다.


# 커피 존(Coffee zone) = 커피 벨트(Coffee Belt)

이런 커피나무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지 않는다.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기온과 강우량, 표고 등 여러 환경적인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온은 18~22℃, 연평균 강우량은 1,000~2,000mm, 토양의 경우 유기성이 풍부한 화산회토질이 좋고, 습기가 적당히 있으면서 배수가 잘 되는 지대가 커피가 자라기에 알맞은 곳이다.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을 보면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25도, 남위 25도 내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커피 재배지역을 지도에 표시하면 마치 하나의 띠를 형성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커피 생산 지역, 즉 커피 존(Coffee Zone)을 커피 벨트(Coffee Belt)라 부르는 것이다.


# 커피의 3대 원종

세계 80여 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생두는 일반적으로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 '리베리카(Liberica)' 이렇게 3종으로 분류된다. 이는 유통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쓰이는 분류이기도 하다.

이 중 가장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아라비카는 아라비카종 커피나무의 씨앗에서 수확된다.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며, 1753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카롤루스 린네에 의해 학계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부스타나 리베리카에 비해 크기가 크고 납작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아라비카는 향미가 우수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종이기도 하다. 생산량으로 보면 전체 커피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재배조건은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15~24℃의 기온과 연평균 강우량 1500~2000mm의 규칙적인 비, 지나치게 강렬하지 않은 햇볕 아래에서 가장 품질 좋은 커피체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을 갖춘 지대는 적도 부근의 해발 800~2000m의 높은 지역으로, 다른 종에 비해 재배지역의 고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너무 낮은 지대에서는 지나치게 열을 많이 받아 나무의 힘이 약해질 수 있고, 너무 높을 경우에는 일교차가 커 얼어버릴 위험이 있어 800~2000m가 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지대는 일교차가 큰데, 이런 환경에서 생두의 육질은 더 단단해지고 농도는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높은 지대에서 자란 열매는 천천히 여물면서 더욱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

아라비카는 보통 생산국에 따라 분류되지만, 다시 품종으로 나눠 '티피카종' '카투라종' '부르봉종'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브라질, 콜롬비아, 이디오피아, 탄자니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 커피 재배지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고급원두의 대부분은 동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생산되고 있다.

아라비카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는 로부스타는 커피 생산량의 20~30%를 차지한다. 로부스타는 카네포라종에 속한 커피나무 속 씨앗이며, 1895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보다 두 배 가량 많아 주로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사용된다.

아라비카가 고지대에서 잘 자라는 반면, 로부스타는 600m 이하의 저지대에서 잘 자라는데,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1870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리베리카는 로부스타 재배지보다도 더 낮은 고온다습한 100~200m의 저지대에서 재배된다. 로부스타는 꽃과 열매가 맺히는 시기가 일정치 않아 열매채취에 어려움이 있고, 맛이 다른 종에 비해 떨어져 상품적인 가치가 없다. 그래서 재배하는 곳 또한 극히 적은 편.


# 가공과정에서 생두의 맛과 향이 결정된다

생두는 아라비카냐 로부스타냐 따라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라비카라고 해서 무조건 로부스타보다 가격이 높은 것은 아니다. 가공과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이란 것은 수확된 커피열매를 세척하고 껍질과 과육을 제거, 생두를 건조하는 과정이다.

생두를 가공하는 방법은 크게 '자연건조식(Natural Process)'과 '수세식(Washed Process)', '반건수세식(Semi Washed Process)'으로 나뉜다. 생두는 가공과정에서 발효ㆍ숙성되기 때문에 맛과 향은 바로 여기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생두의 가공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자연건조식은 체리상태의 것을 햇볕에 말려 건조시킨 다음 기계로 껍질을 벗겨내는 방식이다. 과정이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외부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물질이 섞일 확률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건조기간 동안에는 이슬이나 비에 젖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골고루 마르도록 뒤집어 주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때 얼마나 잘 뒤집어 주느냐는 것도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자연건조식의 경우 말릴 공간은 한정돼 있고 말릴 체리의 양은 많아 보통 3일 정도만 땅에 말리고, 그 뒤에는 기계를 이용해 열풍으로 건조시키는 곳도 있다. 이때 체리가 가진 수분함량은 보통 11~13%로 맞추게 된다.

반면 수세식은 파치먼트의 상태로 분리해서 물로 세척, 불순물을 제거한 뒤 발효시키고, 발효가 끝나면 또 한 번 물로 세척, 햇볕이나 인공적인 방법으로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세식은 발효과정에서 잘 익은 것은 가라앉고 덜 익은 것은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여기에서 한 번의 제거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원두의 손상은 물론 이물질도 적으며 맛이 깔끔해 주로 고급커피를 생산할 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수세식은 주로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커피의 향미가 보존되고 불필요한 맛이 일부 제거돼 커피 생산국에서는 점차 수세식으로 생두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자연건조한 생두는 단맛과 바디감이, 수세식은 자연건조한 것보다 단맛과 바디감은 떨어지지만 신맛이 강한 편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세식과 건조식을 통합시킨 방식의 '반건수세식(Semi Washed)'은 과육상태로 물에 담갔다가 과육을 벗겨내고 이를 말리는 방식이다. 수세식과 다른 점은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 수세식에서처럼 깨끗한 맛을 가질 수 있지만, 잡맛이 난다는 것이 단점이다.


서로 다른 종의 생두를 채취하고, 세 가지의 각기 다른 가공과정을 거친 뒤, 로스팅 - 블랜딩 - 분쇄 과정을 거쳐 탄생되는 한 잔의 커피. 그래서 커피 한 잔이 탄생되는 첫 과정, 어떤 자연환경 속에서 자랐고 그 속에서 자란 커피열매가 어떤 가공과정을 거치느냐가 그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