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설록의 노래

끽다거

우석푸른바다 2014. 12. 29. 23:53


 

겨울
어느 새벽을 깨운다
찬바람 일어 솔밭을 지나니
간밤에 번잡함이 가슴속에 맴도는구나
지친 몸이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뒤척이다 시간 만 세어볼뿐
긴긴 겨울밤을 뜬눈으로 헤어본다
구름은 하늘을 뒤덮어
간혹 달빛은 구름사이 얼굴을 내밀고
서산으로 달음질하는데
번잡함을 달래려 찻물을 달인다
팔팔 끓는 찻물같은 마음이구려
뒤흔들린 마음일랑 멈추려고
차를우려 숙우에 따르니
차향에 젖는다

 

첫잔에 입천장에 붙은 마른 목을 적시고
인생사 모두를 정리하니
비우지못한것 버리지못한것
내려놓지못한것 감사하지못한것
참으로 많도다 없을 줄알았던것
자만이요 오만이요 모독이라
다시한번 나를 낮춘다

 

둘째잔이 나를 눈물짓게한다
버리지못함을 비우지못함을
숙우에 차를 따르듯 나를 따르고
차향이 코끝에 전하니
응어리진 마음이 전율하며
눈녹듯 풀리도다

 

 

셋째잔 가득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차처럼
가슴으로 쓸어내리도다
마음아 가슴아 매인것을 풀어라
매이면 무엇하고 풀리면 무엇하리
그냥 버려두고 차나 한잔 하자꾸나
서러워 눈물 짓거든 서러움도 버리고
기뻐서 눈물짓거든 기쁨도 버리려므나

 

 

네째잔 가득이도
그냥 차한잔에 그러함 속으로 나를 담아
흐르는 시간속에 나를 건져내어
흐름없는 곳으로 가보자꾸나
억겁의 세월을 지켜온
해창도 있고 산들도 있으니
내 있다한들 어느메요
내 없다한들 어디메랴
그냥 그저 멈출 수 밖에 없어라

 

다섯째잔 가득이
중얼중얼 입술에 감사나 달고
차나 한잔 마시며
감사로 눈물지으며 살고지고
마음아 너는 어찌 그러하느냐
차한잔에 던져진 마음 찾으러
멈춤의 시간속을 헤매보는구나
잔가득 담은 나를 마음의 눈으로
고요에 시간속으로 던져보는구나


끽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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