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림자 속에 풍경소리
-작- 愚石
달그림자에 걸려있는 풍경소리...
목어가 울고 범종이 울어 속세에 고하고,
풍경소리에 걸려있는 달그림자...
석판을 속세의 등에 매고
법고가 잠든 사이,
바람 빌려 풍경소리
노스님의 예불이나 깨워볼까.
긴 세월 세파 속에 있으니
그동안 노스님 존안도 잊어버리고,
동자승마저 머리 속을 떠나 버려내
목에건 백팔번뇌 합장한 손위에
놓아 둘 수 없고,
귀 막고 온길 너무 멀어 돌아 갈수도 없으니
설법에 말씀 따라 법문이나 읽어볼까.
대웅전 빗살무니
단청 따라 내 마음 새겨놓고,
팔짝 문 열어 보이는 것 무엇인가,
달빛 인가,바람 소리인가,
눈에 보이는 것인가,
모두가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눈 감으면 무에 원이요,
눈 뜨면 허상에 무 인 것을...
그대가 같지 못한 혜안에 마음을
어이 내게서 찾고 있나,
한손은 잡았다 생각하고
한손은 손 펴고 놓고 있지 않는가,
좌 불님이 그럴 지언데,
눈에 보이는 허상도 못 믿으면서
눈에 안 보이는 남의마음을 붙잡으려고 하고 있는가.
번뇌는 손위에 있고,
침묵은 머리 속에 있으니...
보이는 심성 따라 움직이는 것이 불심 아닌가.
속세에 목도리 풀어놓고,
노스님에 권 차나 한잔 음미하며
잊어진 화엄경에 십지 품이나 외워볼까.
배웅 나온 노스님 입적에 들기 전에
나의번뇌 개안공양 되어...
노스님 다비식 때 백탄이나 될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