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이야기/커피 이야기

Yemen Mocha Mattari

우석푸른바다 2011. 1. 30. 00:03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은 냄새만으로 마타리를 맞추지만, 로스팅 과정이 아닌 결과물의 냄새로 품종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1. 개괄

세계 3대 커피, 커피의 귀부인, 단 하나의 모카, 반 고흐가 사랑한 커피...
단 하나의 싱글-오리진으로는 가장 많은 이야기거리를 풀어낼 수 있는 예멘 모카 마타리는, 하와이안 코나/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더불어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불리운다. 허나 일본의 지속적인 관리(품질이든 이미지든)에 의해 마침내 스페셜티로 인정받게 된 코나나 블루마운틴과 달리, 예멘의 커피는 원시적인 오리지널리티가 쭈욱 이어져 왔다.


 마타리의 생산지인 바니 마타르(Banī Maţar)는 예멘의 수도 사나로부터 10시 방향 외각 지역에 위치한다.
잘 보면 '모카'의 유래가 된 모카 항구도 보인다 :-P


사실, 커피라면 유감없는 덕내관심을 보이는 일본이 이런 훌륭한 커피를 그냥 지나쳤다는 건 얼핏 말이 안 되어 보인다. 여기에 관해서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일화가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일본 트레이더들이 예멘의 소규모 농장을 대상으로 작법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트레이더들은 예멘 생두의 못생긴 외모와 다소 퀴퀴한 냄새를 못마땅해했을 뿐 아니라, 조그마한 밭뙈기에 다른 작물과 함께 키우는 예멘의 커피 경작법은 상업적으로도 적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멘의 커피 농부들은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겠다'는 그들의 요청을 딱 잘라 거절했는데, 지금껏 자기 밭에서 일구어 먹던 식음료를 시장에서 돈 주고 사 와야 한다는 걸 이해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덜떨어지고 대책없는 경작법이 예멘의 커피를 예멘답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향미 특성
한 마디로 '복잡하다' 다크 초콜릿향, 꽃향, 강한 쓴 맛과 그 뒤에 몰아치는 폭풍같은(!!) 감칠맛. 로스팅 포인트나 방식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갖지만, 그 모든 특징이 곧 마타리이며, 마타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그런 맛이라고 생각된다. 흔히 '모카 커피'라고 하는, 특유의 진한 초콜렛향을 가지는 커피는 예멘과 에티오피아의 커피들 뿐이다           

 너무 반듯해서 재미없는 모범생 같은 블루마운틴이나, 화사하고 달콤하지만 그래도 개성 만점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주저함이 있는 코나보다는, 작고 못생겼지만 개성이 넘치고 거칠음 뒤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을 선사하는 예멘의 커피야말로 진정 츤데레 여왕님돈이 아깝지 않은 커피라 일컬음에 부족함이 없다.

3. 등급 & 외관
예멘 커피의 등급은 300g당 결점두 수로 나뉘는데, G1은 사실상 규격만 제시되었을 뿐, 유통되지 않는다당연하지. 괜히 쪽바리들이 학을 떼고 토낀 게 아니라니까. 주로 G2나 G4등급이 유통되는 듯한데, 예멘 & 에티오피아 커피가 다들 그러하듯 G4 이하의 등급은 사람을 빡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300g당 25~45개의 결점두를 가지면 G4로 분류되어야 하나, 실상은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G5~6 등급의 생두가 G4라고 사기를 치고 거래되기 때문이다.
외관은 매우 작고, 다양한 모양새를 가진다. 건식인지라 색깔도 제각각으로, 연두색에서 약간 노르께한 색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하지만 타이피카와 버본이 주종인 예멘의 커피는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꼭 그렇게 못생긴 것만도 아니다. 펼쳐놓고 보면 약간 마른 고추 냄새 같은 것이 나는데, 유통 구조가 복잡하여 신선한 생두 입수가 쉽지 않은 탓일게다. 로스팅시에는 오래된 가죽 냄새가 코를 찌른다.

4. 추천 로스팅 포인트
어떻게 볶아도 개성적인 향미를 갖지만, 홈 로스터에게 있어 가뜩이나 불균일한 성질의 마타리는 너무 약배전시 결과물이 좋지 않을 우려가 있다.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1차 팝~2차 팝 사이에서 로스팅을 끝내면, 견과류 같은 맛과 함께 풍부하지만 그리 기분나쁘지 않은 신 맛을 얻을 수 있다. 짙은 초콜릿 향을 원한다면 2차 팝이 시작될 즈음(하이 후반~시티 초반)이 적당하며, 화사한 꽃 향기나 와인과 같은 풍미를 원한다면 2차 팝의 정점으로부터 약 2/3 지점(시티 후반~풀시티 초반)이 적당하다. 프렌치 이후로는 쓴 맛이 너무 튀고 향미 대부분을 잃는다. 태우지 말자.

5. 홈 로스터를 위한 팁
마타리와 같이 크기나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생두는 어쩔 수 없이 불균일한 로스팅(바둑이) 결과물을 낳는다. 너무 스트레스받다간 수명에 지장이 있다. 어차피 마타리는 열풍보다 직화가 어울리는 콩이므로, 얼룩진 비주얼 대신 훌륭한 맛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자. 수망 로스팅을 한다면, 최대한 화력 조절을 섬세하게 신경쓰면서 생두의 색깔 변화에 주목하도록 하자. 대부분의 생두가 그러하듯이, 로스팅 불균일은 대체로 콩 조직 풀기(수분날리기)에서 판가름난다. 단지 몇 개의 콩이 불균일하다고 해서 모든 콩이 노르께해지도록 기다리고 있다간 로스팅을 망칠 수 있다. 로스팅이 완료되면, 지나치게 덜 볶아진 콩은 과감히 솎아내도록 하자. 만약 제대로 볶았다면, 볶은지 30분도 채 안되어 그윽한 모카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건식 생두인데다 채프 자체가 갖는 향이 그닥 좋지 못한 편에 속하므로, 채프 처리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캐러맬 반응 이전까지 제거되지 않은 채프는 나중에 담배향 등을 남길 수 있다. 센터컷이 꽤 깊은 편이므로, 중배전시 센터컷의 채프까지 제거하는 것은 무리.

6. 추출자를 위한 팁
거의 모든 추출법에 어울리는 커피이다. 드립을 할 때는 최대한 진하게 추출하도록 신경쓰자. 아릿할 정도의 향미가 마타리의 트레이드마크이다. 넬드립할 경우는 바디감이 더해지지만 쓴맛은 오히려 부드러워지므로 추천할 만하다. 하리오는 마타리의 장점을 일정부분 상쇄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