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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망 로스팅 #2 - 핸드픽

우석푸른바다 2011. 1. 30. 00:02


준비물이 모두 구비되었으면, 생두를 볶기 전에 우선 결점두를 정리해야 한다.
결점두는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분류법도 다소 상이할 수 있으므로, '어? XXX에서는 그렇게 말 안하던데요' 하는 헛소리 하면 쌍싸다구를 맞는거다 ㄱ- 대충 자기 실력이나 주머니 사정에 따라 결점두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하지만 핸드픽을 하다가 '아, 비싼 돈주고 산 생두를 도대체 얼마나 버려야 하는거야?'라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의 핸드픽이면 일반적으로 제대로 하는 거다 (어이!)
나는 '절대 혼입되어서는 안되는 결점두'와 '웬만하면 배제하는 것이 좋을 법한 결점두'로 나누고자 한다.

1.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결점
다음은 단 한알이라도 혼입되면 맛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점의 유형을 나열한다.

  • 검은 콩 - 생두의 일부 또는 전체가 검은 빛을 띠는 건 가공 과정에서 발효가 심하게 진행된 생두들이다. 쉽게 말해 썩은 콩들. 수분 함량 역시 바싹 마른 경우가 많아 로스팅을 하더라도 모양이 볼썽사나울뿐더러, 맛에 가장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구별도 가장 쉬우므로 과감히 삭제
  • 갈색 콩 - 숙성두를 제외한 통상의 생두는 연두색을 띠지만, 과발효된 콩들은 종종 창백한 노른색이나 갈색을 띤다. 로스팅해보면 마치 상한 고구마에서 나는 쉰내를 풍긴다.
  • 벌레먹은 콩 - 벌레가 먹은 자국은 바늘구멍 형태로 생두의 표면에 나타나며, 여러 개의 생두를 한 번에 검사할 때 종종 지나치기 쉬운 결점 중 하나이다. 주변에 곰팡이나 부패를 동반한 경우가 많고, 당연히 삭제
  • 곰팡이먹은 콩 - 생두 표면에 작은 점 형태로 녹색 또는 검은 색 곰팡이가 쓸고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 미성숙된 콩 - 모양새가 건조하고 색깔이 진하며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은 편이다. 자세히 보면 미세한 주름이 많다. 떫고 탁한 맛을 내며 로스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 파치먼트 - 생두 씨앗을 감싸는 노란 껍질 형태의 파치먼트가 남아있는 경우. 파치먼트의 일부분이 덜 벗겨지고 남은 경우라면 파치먼트만 살짝 제거할 수도 있으나, 파치먼트 전체가 남아있는 경우에는 여타 생두에 비해 수분 함량이 불안정하고 가공 프로세스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커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과감히 버리....는 게 아니라 득템했다고 생각하자. 가정에서 커피 나무를 발아시키기 위해 이 파치먼트를 사냥하고 다니는 매의 눈들이 있다(정말이다!).
  • 드라이 체리 - 아주 드문 경우인데, 아예 커피 열매의 과육이 벗겨지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서 말라버린 경우이다. 습식보다 건식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 같다.
  • 돌, 나무조각, 흙 - 눈 씻고 찾아봐도 거의 찾기 힘들긴 하지만, 혹 가다 놓친 한 알의 돌멩이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주로 초 후진국에 커피산업을 정책적으로 잘 관리하지 못하는 국가의 생두에서 발견되며, 습식보다 건식에서 압도적인 발견률을 보인다(에티오피아/예멘이 대표적).


2. 로스팅 품질에 영향을 주는 결점
생두의 맛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로스팅 불균형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보내야만 하는 생두의 유형을 나열한다.

  • 깨진 콩 - 가공/운송 과정에서 쪼개진 콩은 그 크기가 통상의 생두에 비해 작기 때문에 로스팅 진행이 빠르다. 또한 깨진 단면은 곰팡이나 부패에 더 취약하므로, 깨진 면에서 부패가 진행되었다면 '당연히' 버려야 한다.
  • 패각두 - 조개 껍질 모양의 콩이라고 해서 패각두라고 한다. 콩 안쪽이 텅텅 빈 형태로, 사실은 플랫 빈이 어떤 이유로 인해 잘못 성장한 케이스다. 로스팅 진행이 무척 빠르므로 결점두로 분류한다. 일부 생두는 매우 꼼꼼하게 핸드픽했음에도 불구, 로스팅 후 패각두가 발견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겉보기에 짐짓 멀쩡한 생두가 실은 패각두와 함께 2겹으로 쌓인 형태인 경우이다. 로스팅 과정에서 생두는 팽창하므로, 이 둘은 분리되어 패각두의 본색을 드러낸다(-_-;;). 시간이 엄청 남아도는 게 아니라면 그냥 눈감아주자.
  • 피베리 - 통상의 생두는 체리 하나에 두 알의 생두가 마주보고 있어 한 쪽은 편편하고 한 쪽은 둥그스름한 모양이지만, 어느 한 쪽의 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나머지 한 말이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체리를 꽉 채우는 경우가 있다. 이를 피베리라고 하며, 플랫 빈에 비해 스크린 사이즈는 다소 작은 편이다. 외양이 통통하므로 로스팅 진행 추이가 다소 다르다. 피베리만 따로 모아 볶을 수도 있는데, 둥그스름한 모양 때문에 골고루 잘 볶이는 편이며 맛이 살짝 더 달콤한 축에 속한다(물론 블라인드 테스트해서 피베리를 맞추는 꼴을 본 적이 없다. 피베리가 가지는 외양적 신비감이 맛을 더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로 모으기 애매하면 그냥 혼입해서 같이 볶아도 크게 맛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 트리앵귤러 빈 - 체리 하나에 두개씩 들어있어야 할 생두가 웬일인지 3개나 들어있는 케이스다. 원래 편편해야 할 면이 편편하지 않고 마치 사과 한 쪽을 잘라놓은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로스팅 진행이 다소 빠른 양상을 보이나, 사람에 따라서는 피베리와 마찬가지로 결점두로 분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3. 주의해야 할 생두들

  • 건식 생두는 실버스킨의 두께가 미세하게 차이가 나므로, 색깔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결점두를 분류할 때 초심자라면 다소 애를 먹는다. 특히 발효두와의 구분이 쉽지 않은 편. 따라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초심자라면 되도록 습식 생두를 고르자
  • 에티오피아/예멘산 생두는 뻥을 좀 섞어 1/3을 갖다버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콩들이 많다. 어른의 사정으로 등급을 속여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G2 등급 정도라면 그럭저럭 골라낼 만한 수준이나, G4로 등급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무법천지. 돌멩이나 체리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하라는 최고등급이 G4라는 거, 그리고 시다모의 경우 건식 가공된 G4가 좀 더 달콤하고 복잡한 맛을 가진다는거! 비극이다...
  • 인도네시아 만델링은 과육과 파치먼트 제거를 목적으로 멧돌같은 데 체리를 넣고 그냥 으깨버린다. 가뜩이나 콩의 크기가 큰 축에 속하는 만델링인지라 생두가 갈라지는 건 예사. 끝이 성한 생두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모든 콩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결점두라고 보기 힘들며, 신기하게도 볶으면 균열이 전부 맞물려버린다. 맛도 매우 좋은 생두. 괜히 커피의 왕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종합하자면, '습식/사이즈별로 등급을 나누는 콩'이 초심자가 볶기에 적합한 콩인게다.
케냐, 탄자니아와 같이 케냐 분류법을 쓰는 지역이나, 콜롬비아같은 생두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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