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찻물을 끓이며

우석푸른바다 2011. 1. 25. 21:56

물이 끓는 동안

무념無念에 푹 빠져 바위가 되니

거기에도 한 세상 있데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고

눈뜨지 않아도 보이는

옷깃 스친 인연이나

드나듦이 한가지인 바닷물에 젖어

천만 길 어둠 밑바닥에 가라앉아 보아도

그 또한 한 세상 있데

 

겨울새 떼는 산 너머로 지고

흑색부리 물새만 저 홀로 펄을 쪼고 있는데

썰물은 더욱 멀리 나가 기척 없고

시간이 찬 뒤에야 밀물이 들어오니

비움과 채움이 엇갈려 출렁이는 곳에도

한 세상 있데

 

보살의 차는 연하고 부드럽고

스님의 차는 짭짤하고 고소하데

그렇듯 오늘은 차가 가슴속까지 데워

온몸 피톨을 돌리자

채우고 비움을 못 견뎌 신열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