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石의,,,,,,노방초

사람은 섬이다

우석푸른바다 2017. 4. 17. 22:45

‘사람은 섬이다. 그 섬들은 바다 밑에서 이어져 있다.’

KBS 드라마 ‘정글피시2’에서 나온 대사. 사람과 섬 사이의 메타포에서는 외로움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마음은 곧장 젖어들고 만다.

주변에 온통 바다가 둘러쳐진 느낌이다. 사람은 외롭다, 바다 한 가운데 외딴 섬처럼. 

바다 밑에서 이어져 있다는 반전이 때로는 위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을, 연인을, 친구를 만난다.

 그들과의 하나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심해로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누가 말해주거나 책에 씌여 있다고 해서 마음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직접 뛰어들어 물 바닥을 하나하나 더듬어 확인해야만 가슴에 들어온다.

외로울 때마다 직접 만나 눈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실감과 공감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러기에 가족, 연인, 친구는 가까이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쯤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바다’에 대해서 좀 더 고찰해봐야 하지 않을까.

바다는, 마음이 허황해질 때마다 한 번씩 확인하지 않고서는 대체 믿을 수 없는, ‘우리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가리고 막아선 범인이니까. 젖은 옷에서 뚝뚝 떨어지는 외로움은 다 바다 탓이다.

 바다는, 그 엄청난 양의 물은, 어디서 오는지? 외로울 때는 어쩐지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고개를 위로 들어 정면으로 바라보지는 못하고, 저 멀리 어딘가 세상에 없는 것을 찾는,

그러한 시선과 각도로 바라본다.

지겹도록 쏟아지는 이 여름의 비. 그래서 비오는 날 더 외로운 건가.

이 비는 아스팔트를 흘러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육지의 빈 공간을 메운다.

 물은 하늘로부터 온다. 바다는 땅으로부터 근원하지 않는다.

어쩌면 바다는 땅으로부터 근원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다.

우리로부터 근원하지 않는 어떤 것이 우리가 하나임을 막는다.

 사람을 외롭게 하는 것은 사람답지 않은 어떤 것이다.

저 바다처럼 하늘처럼 무한히 넓고 단순하고 멋들어진 것들. 나는 그러한 것들을 꽤 많이 알고 있다

. E=mc2과 같은 수학 공식,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인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법, 영해·영공·영토와 같은 경계 개념들, 국민 주권, 인권, 자유, 평등처럼 갈수록 의미를 알 수 없어지는 말들,

숫자로 이루어졌음에도 답을 내릴 수 없는 환율, 주가,

코스피지수와 같은 것들, 도무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데도 읽어야만 하는 학교 필독서 목록...

 이렇게 노골적인 것들 말고도, 사실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이 인간적이지 않다.

방학인데도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없는 이유, 바쁘다는 핑계,

사랑하는데도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

돈과 직장, 동창회에 나갈 수 없는 이유...

쏟아져 내리는 저 우울한 비와 같은 것들....

그러한 것들이 중요하다고, 어른들은 믿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것들로 주위에 바다를 둘러치면서 커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말하자면 바다를 배워 홀로 외로운 섬이 되는 일이다.

점점 더 우리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