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石의,,,,,,노방초

벌거벗은 몸을 언제까지고 지칠 줄 모르고 응시했다

우석푸른바다 2017. 4. 17. 22:34

귀신이 되지 않고서도 살아있는 진짜 '나'를 맞닥들이는 그런 생경한 경험이 있다. 

감당하기 힘들만큼 거대한 상실감을 맞닥드릴 때, 한껏 작아진 자신을 마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바라보게 된다

상실감은 우주만큼 거대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또한 완전한 나의 일부라고 밖에 할 수 없어,

나는 마치 우주가 되어 아직 우주가 되지 못한 조그마한 나를 바라보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한다.

첫사랑과 이별했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그렇게 거울도 없이 나를 한동안 오랫동안 바라보았더랬다.

깊은 슬픔, 돌이킬 수 없는 이별, 좌절과 회생불능. 이런 놈들 앞에서야 겨우 '나'를 발견하고 바라본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게 되는 '나'는 항상 한없이 작고 안쓰럽고 가여운 녀석이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하는 일은 신의 영역. 평범한 사람들은 대체로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는 다른 사람을 찾는다. 


꽤 영리하지 않나?


 벌거벗은 채 아무런 '척'도 걱정도 없이 편안하게 사랑하는 그

그녀와 누워 뒹굴 때,

아담과 이브처럼,

그럴 때 어딘가에 진짜 나란 놈이 비춰지고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내 스스로는 보지 못한다.

볼 수 있는 기회는 오직 내 앞의 그

그녀에게만 허락된다. 그

그녀가 보느냐 마느냐는 여전히 다른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