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설록의 노래

차를 내린다

우석푸른바다 2014. 8. 6. 17:00

차를 마실 때마다 손에 잡는 물건.

이 둥글고 작은 잔에 담긴 차를 마심이

바가지 가득 마시는 물보다 더 큰 시원함을 준다.

육신이 건강해지고 정갈해지길 바라고 마시는 차가

입술과 입안 목젖을 타고 들어가고 나면

기운이 되어 식도와 위장을 따라 가련만

목넘김이 지나면 벌써 가슴과 단전에서

따뜻함과 짜릿함을 몸으로 전해주니 특별하다.

 

차를 마시는 일이 곧 선이라고 하신 분들의 말씀이

어찌 이런 느낌만 전하는 것이리요만은

이런 느낌도 선의 한 부분일 것이라 보며,

정신을 집중하여 수행하는 분들의 추구를

조금이라도 느끼길 바라며 마시니

내 어지러운 머릿속과 허전한 가슴도

한순간에 정화되는 느낌이다.

 

찻잔을 엄지와 검지로 동여잡고

중지로 바쳐주고 약지로 살짝 거들어주고

소지로 나 자신에게 약속이라도 하듯 내밀곤

잔을 든 오른손은 내쪽으로 당기고

왼손은 오른손을 살짝 바쳐주던지

단전 앞에 대주어 겸손히 차를 마신다.

 

설명이 필요없이 조용하고 나직한 모습이 되는

차 마시는 모습은 그 정갈한 행위와 함께

정신을 씻어 내리는 의식의 일부가 되어

찻자리 전체를 숙연하고 고결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찻자리에 모이면 다들

내림의 미학, 낮아짐의 소중함을 얘기하나보다.

 

오늘은

봄차가 통관되었다는 기쁜 소식 덕에

말이 많아지고 두근거리는 맘으로 

차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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