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신다는 것은
굽은 길 끝에 선 내연 폭포 에게
물을 빌려 와 물을 끊이면
그대로 폭포 소리가 되어
깊은 산을 깨우고
엷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작은 잎사귀의 기다림을 얻어
지난밤 반월이 거쳐간
오래된 나뭇가지에 날아온
새소리 고이 얹어 마시면
저 화려한 동네에서 묻혀 왔던
허황된 만욕을 쓸어내려
나는 그대로 산이 된다
누가 이렇게[ 큰 다기를 빚었을ᄁᆞ
비색으로 산을 빚어
아침안개 걷어낸 맑은 호수 담아
말 없이 사는 산 짐승 목을 적시는 구나
다기를 빚은 도공은 알리라
우리는 환한 기쁨을 담는
다기가 되어야 함을 어두운 곳에서 지친 날개짖 하는 고달픔이
손을 내밀면 닿는 곳에 놓여 있어
소박한 꿈으로 피어나
욕심 없이 함깨 눈 감는 것임을
차를 마신다는 것은
청초한 바람과 함깨 흐르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