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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픔

우석푸른바다 2011. 4. 10. 09:20

 

<어설픔>이란 제목에 바로 끌린 책이었다. 어설프기 때문에 완벽하고 싶어했는데, 완벽이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추구하다 추구하다 지쳐갈 때쯤 만난 단어. 어설픔. 참 친근감이 가는 책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어설프게 살자는 내용이겠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작가는 어떻게 어설프게 살자고 제시해줄까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삶의 속도를 생각의 속도에 맞추려면 무한정 바빠집니다. 하지만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한 느낌에 속도를 맞추면 바쁠 일이 없어집니다."(p13)  "조금 느슨해도 살아집디다."(p17) " 어설픈 자들이 선택한 세계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 다른 가치로 돌아갑니다."(p24) 란 말들이 마음에 쏙쏙 든다는 생각을 하며 공감도 하며 읽어가다가 "우리에게는 얼마든지 어설퍼질 자유가 있습니다."(p24)  마지막 문장을 맞이하였을 땐 쉽게 긍정할 수가 없었다. '과연 그럴까?' 문장 옆에 적어둔 나의 메모이다. 결국 희망은 하나 자유로와지지 못한 내 영혼의 답이 아니었나싶다. 뭔가 큰 것을 이루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을지라도 기본이라도 하고 살아야지만 생각하더라도 쉽게 어설픔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앞선 말들에 대한 공감을 버릴 순 없었다.

 

책의 주제와는 다른 내용이지만 "어느 부모든 그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너는 널 기르기 위해 고생한 부모는 보지 못하고 아직도 작은 가시에 걸려 부모를 원망하느냐."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EBS에서 불우노인을 도웁시다 캠페인을 할 때 자녀가 있는데도 버려진 노인을 보고 자녀를 잘못 키운 죄가 있다고 했을 때 엄마가 말씀하셨다. "자식 잘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어?" 그렇구나...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아이를 키우고 내가 부모님의 울이 되어드려야할 때가 되니 세상사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위 문장에 마음이 많이 머물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갖는 부분들이 아닐까 싶다.

 

한의사인 작가는 환자들에게 산행을 많이 권했다. 환자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산을 느끼고 자연에서 숨쉬는 방법을 알려주려했다. 마음의 병을 다스려주는 작가의 여러 사례를 읽으며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알고 위안이 되었다고 할까. 간혹은 '나만 그런걸까?'할 때가 다들 있지 않은가? 아픈 줄 알면 나을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우린 참으면서 그렇게 계속 걸어가고 뛰어가고만 있다는 것이 삶을 날카롭고 각박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을 꽉 차게 살고 싶다면 온 존재를 걸라한다. 일과 순간 순간 모든 것을 다 건다면 감동으로 가득차게 되고 삶이 더 황홀해질 수 있다고 한다. 열정과 마음을 다했을 때 느끼는 느낌. 그런 것 아닐까? 어설프게 살면서 매번 그렇게 열정과 마음을 바칠 수 있을까? 어설픔과 잘 섞어야할텐데 방법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간절함이 지나치면 병이 생기기도 한다는 말에 간절함은 열정을 낳고 열정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했던 평소의 생각에 잠시 파문을 일게했다. 모른 것이 아니었다. 상사병같은건 간절하기 때문에 오는 병이고 간절함을 이루지 못하면 아픔이 커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엔 마음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숱한 자기계발서에서 열정에만 충동질을 받았던 것 같다. 열정에서 잠시 쉬어가게 한 문장이었다.

 

자녀와 대학로에 갈 때 아이의 시선으로 대학로를 보니 또 다른 재미와 맛이 느껴진다했다. 이건 나도 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가 세살일땐 엄마도 세살, 일곱살 일 땐 일곱살 그렇게 아이의 나이에 맞춰서 놀면서 지냈으니까 때론 아이들과 함께 내가 자란다는 생각을 하였으니까. 간혹 나의 시선을 버려두고 다른 시선들이 되어보는 것...정말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그러기 쉽진 않지만...

 

'만난 것과 만나지 못한 것' '있음과 없음' 만큼 차이가 있다고 한다.  흔히 듣는 말이지만 작가의 언어방법으로 한 번 더 새겨본다.  허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 이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데... 허허로운의 정확한 뜻은 뭘까? 알 것 같은데 정확한 뜻이 잡히지 않는다.

 

"아름다운 삶에 대한 당신의 불감증을 치료합시다." 작가가 한의원을 시작할 때 모토로 삼은 말이라고 한다. 삶이 고단한 것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데, 기독교에서 범사에 감사함을 찾아야하는데 찾지 못하며 산다는 말과 같은걸까? '아름다운 삶에 대한 불감증' 난 그래도 감사하며 잘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저만치 가서 돌아보면 그건 나의 자만심에 쌓인 생각일 뿐이었다. 감동하는 법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다. 배우면 나아진다는 것이겠지. 두 명의 이모가 생각난다. 같은 선물을 받아도 그냥 받아서 돌아가는 모습과 호들갑을 떨며 좋다고 하는 모습. 두 이모의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는 이모의 모습이 더 좋았던 기억이다.

 

"안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낯설어질 때, 그리고 그 낯선 세계를 다시 만나기 시작할 때 서서히 자기 시선이 생겨납니다."(p220) 내가 갖고 싶은 것...'자기 시선' . "쉰다는 것은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지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쉼이란 일의 반대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p231) 이렇게 마음에 쏙 쏙 들어오는 문장들을 따라 쉬어가다보면 어느새 책의 끝을 만날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표현법에 따라서 자기계발서적의 문장이 되기도하고 이렇게 자기치유에 도움이 되는 문장이 되기도 한다. 그건 그 문장을 내뿜는 작가의 가치관이 녹아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에필로그에 어설픔을 선택하려는 이들을 위해 잘 정리도 해놓았다. 책을 읽어가면 내 삶을 상담받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환자들의 예들이 우리네 삶과 결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듯하다. 잔잔하고 편안하고 조용하지만 그 흐름을 멈추지 않는 냇물처럼 자연을 책 속에 끌어넣은듯한 편안함이 있다. 사이사이 있는 사진들 또한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사진이 눈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느낌.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평온함을 준다. 잠시 쉬고 싶다면, 마음을 잠시 누이고 싶다면 그럴 때 마주하면 좋을 책일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