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책을 재미있어 할거라고 100% 확신하셨죠?
책을 읽어가며 섬을 동경하고, 바다를 그리워하고, 커피에 빠질거라는 것도 아셨을듯해요. 하긴 원래 바다와 커피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씩이니까요. 오늘 우리나라엔 3천여개의 섬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많은 섬 중에서 단 하나의 섬에 몇 되지 않은 등장인물에 사연들이 엮이고 엮였네요.
등대지기 기원이 누리를 보며 엄마를 닮았다고 했을 때 기원이 기다리는 이가 누구일지 짐작을 하였답니다. 어떤 인연일까 궁금해하며 읽었어요. 오두막집의 송곡과 다빈의 만남. 어떤 만남이든 연애를 하듯 적당한 거리로 다가서기 위해선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마음은 마음을 결국은 움직이게 하나봐요. 다빈엔겐 결국 송곡이 멘토가 되어주는 것인가요? 송곡에겐 다빈이 자라는 모습이 자신의 아들이 자라는 모습 같았을테구요..
누리와 다빈의 관계는 역시 생각을 많이 하게했어요. 함께 자란 시간은 인생에 비해 그리 길지 않은데, 보지도 못하면서 오랜 시간을 그리움과 사랑으로 채워가다니 조금은 그들의 아름다운 청춘이 안스럽게 여겨지네요. 누리가 모든 것을 다빈에게 처음부터 다 털어 놓았다면 서로 의지하고 함께 헤쳐나갈 수 있었을텐데 싶기도하구요. 한편으로는 짐이 되기 싫은 누리의 마음도 이해되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놓지 못할거면 놓는척 해서는 안되는거였어요.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누리를 볼 땐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의 제니가 생각났어요. 검프가 빛이라면 제니는 미국 역사의 어둠이었던 것과는 달리 다빈이 굳이 빛이 아니었다는거지요. 또 며칠 전 종영을 했던 <드림하이>의 남자 주인공 두 명이 생각났어요. 사랑하는 여인을 모두 다 이해로 받아주려는 남자와 모두 다 이해하지만 "가지 않으면 안되겠니?"하고 잡아주는 남자. 저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 같단 생각을 했거든요. 다빈도 좀 더 적극적으로 누리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을 했었다면 두 사람의 시간을 그렇게 허비하지 않아도 방황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그저 안타까워요.
기원과 누리 아빠를 보면서 마흔이 넘어서까지 혼자인 남자친구들을 떠올려 보았어요. 왜 아직도 결혼을 안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한 친구는 "이젠 한 사람의 인생을 내가 책임 질 수 있을까 두려워." 또 한 친구는 "결혼한 사람들이 안행복해보여~" 결혼 안한 남친들이 몇 더 있지만 그래도 인기가 꽤 있었던 친구 둘에게만 물어보았어요. 어쩔 수 없는 솔로가 아니라 나름 선택으로 보였거든요. 그들에게도 ’어쩜 평생 안고 가고픈 어떤 이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했어요. 정말 가능한걸까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는 보내지 않는다."라고 어디서 읽었던 것 같은데, 왜 보내놓고 그렇게들 지내는 것인지... 사랑도 결혼도 용기가 있어야지만 하는건가봅니다.
송곡과 다빈이 커피를 볶을 때면 그 모습이랑 향기가 그려집니다. 송곡의 커피하우스와 노신사의 방문도 보이는듯하구요. 등대와 다빈과 누리의 섬도 보이는듯합니다. 통나무집의 정경도 그렇네요. 하지만 인물들의 인상착의는 아무래도 떠오르지가 않았어요. 바다와 커피에 가려서 인듯합니다.
다빈의 커피에 대한 생각을 읽을 때면 그 커피의 맛들이 떠올라요. 지난 일년 그간 마셔본 커피보다 좀 더 많은 종류의 원두를 접해보았거든요. 긴가민가했던 이름들이 이젠 눈과 귀에 익어있었는데 다빈의 노트에서 하나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맛을 완전히 구분해내지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아는 이름들이 나와서 마셔본 원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그 동안 산 것이 커피 한 잔을 마신 것 같아." 라는 말에선 소풍 다녀가신거라고 하던 천상병 시인이 떠올랐습니다. 얼마쯤 커피를 알아야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고 싶은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바다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란 글에선 어느새 보고 싶은 사람의 눈동자를 떠올려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잠시 진정 시켜야했어요. 사람들의 눈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웃는 모습을 잘 기억하는 편이었는데 어떤 눈동자를 떠올려야하는지 정하지를 못했는지 갈팡질팡 하더군요.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나봅니다.
성장이란 먼 곳으로 보고, 비밀을 가지고, 참을 줄 아는 것이라고 적혀있더군요. ’그런 거였구나...’ 생각을 안해보았거든요. 아이들도 그렇게 성장을 해가겠구나하는 생각을 언듯 해보았어요. 뜨거운 불길에 몸이 닿고 견디는 동안 커피콩이 변화를 한다지요. 그것을 견뎌야지만 제대로된 원두가 되지요. 사람 또한 그런 것들을 견뎌야지만 제 맛을 지닌 사람이 되겠지요. 고통은 성장을 위해 따라다니는거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받아들여야한다는데 그래도 힘든 고통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송곡의 말에는 향기가 있었다." 이 문장 자체에 향기가 있는듯했어요. 자신만의 향기를 갖는다는 것, 그로 인해 말까지 향기가 묻어난다는 것 정말 부럽습니다.
"누구나 빈 잔이 되지."
"그곳에 뭔가가 채워지겠지요."
책을 덮으며 어느 누구도 행복한 등장인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범한 우리네들 삶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 궁금해졌어요. 다들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갖고 살고 있을텐데, 나름 극적인 이야기들도 많겠지요.
커피를 통해 삶을 익혀가는 다빈. 다빈의 커피점엔 낮고 은은한 조명이 어울릴 것만 같아요. 마음이 안정되지 않음 커피의 향과 맛이 잘 담겨있지 못할 것 같아요...다빈의 삶도 따뜻해지면 좋겠어요. 진정으로 조화로운 커피 맛을 보고 싶어요.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눈에 들어오는 소설이었어요...감성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도 마음을 떨리게 하였구요. 회복을 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도 잔잔하였습니다.
덕분에 간만에 소설도 읽고, 머리도 움직여 보고 가슴도 저려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느껴지는 바다는 탁 트인 바다가 아니라 섬들에 갖혀있는 바다로 느껴져요. 섬과 바다를 계속 생각해서 그런지 탁 트인 푸른 바다가 그리워집니다...
대부분의 따옴표 안의 글은 이 책에서 인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뷰는 이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나누는 편지글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책 내용에 편지들이 있어서 그런지 왠지 그러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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