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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삶 - 법정 스님

우석푸른바다 2011. 2. 21. 23:26

단순함의 삶 - 법정 스님 -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공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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