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취기가 얹힌 날이면 가사를 뭉개며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였다.
어릴 적 그 장면이, 그리고 그 멜로디가 잊힐 즈음 나는 어른이 되었다.
나이가 들며 순간의 반짝임 대신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는 가치에 대해,
내가 여태 겹겹이 쌓아온,
또 쌓아가고 있는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이 많아질 때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가수가 시간 앞에 무너져 방황하던
마흔 중반에 설거지하는 아내를 보며 썼다는
‘낭만에 대하여’
는 다시 한 번 그를 음악으로 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노래는, 송창식은 송창식, 조용필은 조용필, 한대수는 한대수, 김민기는 김민기였던,
가수의 이름이 곧 나이테였던,
자신이 살아온 인생대로 노래를,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노래를 ‘기술’로 짓고 부르는 것이
아닌 시절이 분명 있었다고 말한다.
세월이 흐르며 잃어가는 것 또한 서글프지만,
인생이며,
그것 또한 낭만이리라,
그리고 낭만은 언제고 다시 살아나리라,
이 노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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