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愚石의 삶에 音樂과 茶가 없었다면

메리 크리스 마스 헐~~~~~~

우석푸른바다 2020. 1. 2. 09:26

 

캐럴 취향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여주인공 정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그녀만큼 표현은 못하고 살지만 나도 세상에 못마땅한 일이 많은 편이다.

극 중 그녀의 남편은 입만 열면 투덜대는 아내를 부끄러워하고 피곤해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핑크 돼지가 불판 위에서 춤을 추는 삼겹살집 간판이 끔찍하다는

식의 말들에 대부분 공감이 갔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어설픈 위로나 위안이 싫다는 대사였다.

 

교통사고를 당해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깁스를 하고도 운이 좋았다라니.

물론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거야 뭐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떠들어대는 건 너무 듣기 싫다.

맞장구 쳐줘야 하는 건 더 싫고.

 

메리 크리스 마스,,?

즐거운 성탄,,,,,,,?

 

 

내가 이상한 걸까?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뭐가 그렇게 행복하다는 걸까?

물론 각자 삶에서 꼭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있고,

공간이 있고, 순간이 있겠지만

 

뭐랄까, 전시하고 공유하는 일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남들보다 낫다는 걸 끊임없이 확인하고 스스로 인정하려는 행위가 싫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SNS 공간 속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를 표현하는 사진과 글이 싫고,

몇몇 예능에서 보여주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

더할 나위 없는 순간

같은 그림과 자막이 싫다.

.

 

온통 행복한 크리스마스라니. 이렇게 춥고 살기가 팍팍한데, 온 세상에 기쁨이 내려온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물론 크리스마스가 주는 온기가 있긴 하다.

 

캐럴 특유의 단순한 리듬,

종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는 듯한 겨울의 사운드,

모두가 행복한 날에도 그럴 수 없는 이에 대한 미안함,

함께 할 수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행복한 순간에 대한 애틋함 같은 것들이 두 곡에 묻어 있다.

참 소중한 감정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이야기들이.

 

나 또한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

그리고 내 주변,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두가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음악이 많은 걸 바꿔주지는 않지만,

각자 마음 깊숙한 곳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을 음악을 통해 발견할 수 있기를.

일 년에 몇 번은 행복한 크리스마스 같은 날을 보내기를.

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