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石의,,,,,,허수아비

(42)신발에 바람을 담는다 다시 ,,,,,,,,,,,

우석푸른바다 2017. 9. 19. 10:17




가끔씩 남아도는 시간을 즐기며

설핏 잠이 드는 쓸쓸함까지

기꺼이 껴안고 살고 싶다    

이끼 낀 돌 벤치에 기대앉아 책을 읽다가

하늘을 바라보는 게으름을 즐기기도 하고 싶고

큰 창으로 가을빛이 자욱하게 고여 들고

별빛이 자잘한 꽃잎처럼

잔디에 부어지는 걸 바라보며

오롯이 차지하는 사치를 누리 고 싶다    


여백이 끝나는 곳에서

목소리가 그리운 시간이면

목도리 속에 고여 있는

먼 옛날의  기다림을 쏟아내어

가끔은 무효가 된 전화번호의 벨을

울리게 할 것이다

얼음장 같은 하늘이

쩌렁쩌렁 시리고 푸른 소리를 내는 새벽엔

네모난 섬 속에 있는 사람을 찾아

사진첩을 넘기기도 할 것이다    

착각 같은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멍한 시선을 비끄러매고

발뒤꿈치에서 설레는 바람을 데리고 나가

꿈에게 마음을 맡기기도 할 것이다


비 온 후 녹 나무 사이로

옅은 구름이 쓸려가는

푸른 하늘 냄새라든가

가랑비 자욱한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노을 냄새 같은 것을 섞어

바람에 날려 보내면

생명에 가장 가까운 색

연두와 초록을 데려올 것이다
   

모두에게 휴식이 내리는 가을엔,

귀에 걸린 라피스 라줄리를 닮은

저녁 빛들을 불러 앉히고

모든 흘러간 과거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편지로 쓸 것이다



그 편지는 부재 속으로 찾아드는

침묵의 목소리인지라

생각에 빠져

얼 그레이가 다 식어버리는

흐름처럼

어젠 여름이었고

오늘은 가을인 나날을 보낼 것이다


그건

내 신발엔 언제나 바람이 그득한 까닭이며

가방 속에 든 음악과

음악 속에 담긴 술과

술에 떨어지는 비 때문일 것이다    

내 눈 속엔 새 한 마리가 살고 있다

그 새는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갈까,

낮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갈까를

생각하게 한다

소리 없는 반란이자 부활,

살아있는 이유이다     

붉은 달이 뜬다고 했다

신발에 바람을 담는다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