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남아도는 시간을 즐기며
설핏 잠이 드는 쓸쓸함까지
기꺼이 껴안고 살고 싶다
이끼 낀 돌 벤치에 기대앉아 책을 읽다가
하늘을 바라보는 게으름을 즐기기도 하고 싶고
큰 창으로 가을빛이 자욱하게 고여 들고
별빛이 자잘한 꽃잎처럼
잔디에 부어지는 걸 바라보며
오롯이 차지하는 사치를 누리 고 싶다
여백이 끝나는 곳에서
목소리가 그리운 시간이면
목도리 속에 고여 있는
먼 옛날의 기다림을 쏟아내어
가끔은 무효가 된 전화번호의 벨을
울리게 할 것이다
얼음장 같은 하늘이
쩌렁쩌렁 시리고 푸른 소리를 내는 새벽엔
네모난 섬 속에 있는 사람을 찾아
사진첩을 넘기기도 할 것이다
착각 같은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멍한 시선을 비끄러매고
발뒤꿈치에서 설레는 바람을 데리고 나가
꿈에게 마음을 맡기기도 할 것이다
비 온 후 녹 나무 사이로
옅은 구름이 쓸려가는
푸른 하늘 냄새라든가
가랑비 자욱한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노을 냄새 같은 것을 섞어
바람에 날려 보내면
생명에 가장 가까운 색
연두와 초록을 데려올 것이다
모두에게 휴식이 내리는 가을엔,
귀에 걸린 라피스 라줄리를 닮은
저녁 빛들을 불러 앉히고
모든 흘러간 과거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편지로 쓸 것이다
그 편지는 부재 속으로 찾아드는
침묵의 목소리인지라
생각에 빠져
얼 그레이가 다 식어버리는
흐름처럼
어젠 여름이었고
오늘은 가을인 나날을 보낼 것이다
그건
내 신발엔 언제나 바람이 그득한 까닭이며
가방 속에 든 음악과
음악 속에 담긴 술과
술에 떨어지는 비 때문일 것이다
내 눈 속엔 새 한 마리가 살고 있다
그 새는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갈까,
낮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갈까를
생각하게 한다
소리 없는 반란이자 부활,
살아있는 이유이다
붉은 달이 뜬다고 했다
신발에 바람을 담는다
다시...
'愚石의,,,,,,허수아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44)우리는 사랑하지만 그저 서로를 아는 사람이지요. (0) | 2017.09.21 |
---|---|
(43)사랑을 찾고 있나요?,,,,,,,,사랑도 연습이 필요 합니다 (0) | 2017.09.20 |
(41)또 떠나고 싶은 끼(역마살) (0) | 2017.09.19 |
(40)어머님 제 앞길에 걸어가시는 노인이 당신이었다면 (0) | 2017.09.17 |
(39)홀로 걷던 길에 말벗이 되어주던 살랑바람 (0) | 2017.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