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石의,,,,,,허수아비

(44)우리는 사랑하지만 그저 서로를 아는 사람이지요.

우석푸른바다 2017. 9. 21. 02:08

불러도 대답없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왜 대답이 없는지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당신이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불러도 듣지 못하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듣지 못하는 것이 들을 얘기가 없어서가 아닌

당신의 귀를 막고 있는 그 두 손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존재를 내 영역에 포함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에 내 존재의 선을

그어버리기 위함입니다



틈만 나면 변해버리는 생동의 색에

내 선을 그어버려 잘라내고

나를 맞춰 끼어 봉합해 버림입니다



당신이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한

타인과 객체로서 대화를 나눔입니다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내가 되길 바랬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큰 욕심인 걸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내가 되고 내가 당신이 되었다면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방치와 무관심 외로움 속에 병들어 갈지도 모를 일이지요.
우리는 상호보완인 관계입니다.
나는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은 내가 필요합니다.
필요 욕구를 느끼는 순간 당신은 내 존재의 이유가 되고
당신 또한 그러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사랑합시다.


우리는 사랑하지만 그저 서로를 아는 사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