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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로스터, 로스터리 숍의 모든 것

우석푸른바다 2010. 12. 16. 11:30

   로스팅, 로스터, 로스터리 숍의 모든 것
   


 

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배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커피는 ‘커피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볶아서(roasting) 마시는 커피’에 대해 인식을 넓혀가고 있다. 외국 여행이나 거주 경험이 있는 젊은이들은 잘 뽑은 에스프레소를 선별할 정도의 심미안을 갖게 되었으며, 커피마니아들은 자가배전숍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산지의 커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로스팅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이에 본지 7월호에서는 커피를 어떻게 볶아야 하며, 볶는 기계는(roaster) 어떤 형태로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자가배전숍이 갖춰야 할 기구와 물품들에 관해 상세하게 소개한다.





로스팅이란 생두에 열을 가하여 볶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커피나무에 열린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을 생두라 하며 이것을 가공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추출하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되는 것이다. 생두는 보통 열매 속에 대칭으로 2개가 들어있다. 복숭아씨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복숭아 씨 라고 하는 부분이 사실은 씨 껍질이며, 실제 생두는 씨 껍질 안에 들어있다.

생두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맛도 향도 없다. 그러나 생두에 200℃가 넘는 열을 가해 볶아 주면 생두의 세포 조직이 파괴되면서 숨어 있던 여러 가지 성분들(지방분, 당분, 카페인, 유기산, 무기산, 탄닌 등등)이 활성화되어 밖으로 발산된다.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것은 이렇게 활성화된 성분들의 세기와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성분들은 로스팅 과정에서 더욱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한다. 로스팅에서 중요한 것은 강해지고 약해지는 성분들의 조화를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같은 생두를 가지고 로스팅을 하더라도 어떻게 로스팅 했느냐에 따라 맛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가 있다. 또 어떤 생두에 대한 최적의 로스팅 방법이 다른 생두에는 전혀 안 맞을 수도 있다.
로스팅 과정

일반적으로 로스팅은

1. 전처리
2. 기계 예열
3. 생두 투입
4. 생두 가열
5. 쿨링(cooling)
의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는 PROBAT社의 5Kg급 반열풍식 로스터 LP5를 모델로 하여 각 과정들을 설명하겠다. 세부적인 과정들은 기계 메이커와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과정은 거의 차이가 없다.

1) 전처리
생두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썩은 생두나 벌레 먹은 생두와 같은 결점두가 섞여 있을 수 있다. 로스팅에서 중요한 점은 모든 생두가 같은 정도로 볶아지는 것인데, 이러한 결점두들은 로스팅 과정에서 평균적인 생두보다 많이 볶아지거나 덜 볶아져서 맛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로스팅 전에 미리 선별(選別, hand-pick)해 두어야 한다.
또한 기후와 주변 환경에 따라 생두의 수분 함량이나 생두 자체의 온도가 변하므로 로스팅 조건(온도, 시간, 불 조절)을 달리해야 한다. 따라서 로스팅 전에 생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거나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서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2) 기계의 예열
대부분의 기계가 그러하듯이 로스팅 기계도 예열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예열을 할 때에는 낮은 온도부터 시작하여 약 210℃까지 천천히 온도를 올려주면서 최소한 20~30분 이상 해주어 한다.
지나치게 빨리 예열을 하면 기계에 물리적인 충격이 갈 뿐 아니라, 식어있던 드럼이 갑자기 팽창하여 회전 드럼과 본체 사이의 일정했던 유격이 좁아져서 마찰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계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천천히 예열을 하게 되면 드럼 전체의 온도가 일정해지고 내부의 대류 흐름도 안정될 수 있어서 생두 투입의 최적 조건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예열을 충분히 한다고 해도 첫 번째 로스팅에서 나온 커피가 두 번째, 세 번째 로스팅에서 나온 커피보다는 맛의 안정성 면에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3) 로스팅
-로스팅 정도(배전도)

밥을 지을 때 물의 양과 뜸 들이기 정도에 따라 고슬밥과 진밥이 나오는 것처럼, 똑같은 생두라 하더라도 볶은 정도(배전도)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로스팅을 강하게 할수록 쓴맛은 강해지고 신맛은 줄어든다. 단맛은 중간 정도로 로스팅 했을 때 가장 강하다. 따라서 볶은 정도(배전도)를 잘 이용하면 똑같은 생두에서도 다양한 맛을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로스팅 정도를 강/중/약배전의 3단계로 나누기도 하고, ①라이트(light) ②시나몬(cinnamon) ③미디움(medium) ④하이(high) ⑤시티(city) ⑥풀 시티(full-city) ⑦프렌치(french) ⑧이탈리안(italian)의 8단계로 나누기도 한다. 배전도의 기준이 되는 색깔을 아래의 표에 표시하였지만 크게 중요하거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각자가 원하는 맛을 기준으로 경험을 쌓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생두의 품종에 따라 특성이 모두 다르므로, 일반적으로 “어떤 품종의 생두에는 이런 로스팅이 어울린다”라는 표준은 있다. 이 표준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이 로스팅을 하는 사람의 임무가 아닐까?



-1차 크랙 타임 / 수율 / 컵 테스트
배전도 외에 로스팅 시 주의 깊게 관측해야 할 지표들이 몇 가지 있다. 생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1차 크랙 타임은 일정해야 한다. 1차 크랙 타임의 변동이 심한 경우에는 열량 조절에 문제가 있음을 가리킨다.

수율(收率)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지표 중 하나이다.

*수율 = (원두커피 생산량) / (생두 투입량)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커피의 경우 80% 전후의 수율을 보이며, 로스팅을 강하게 할수록 수율이 떨어진다. 육안 상으로 배전도가 같더라도 수율에 차이가 있다면 이는 배전 과정 중에 어떤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특정 생두를 반복해서 로스팅 할 경우 배전도/1차 크랙 타임/수율이 일정하게 나와야 하며, 이를 이용해 로스팅이 일정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반드시 컵 테스트(커핑; cupping)를 거쳐야 한다. 컵 테스트는 생산된 원두의 맛을 테스트 한다기보다는 로스팅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일종의 품질 검사인 셈이다.

4) 원두의 배출과 쿨링
드럼 밖으로 배출되었더라도 로스팅 된 원두커피는 자체 온도에 의해 로스팅이 계속 진행된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원두를 상온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냉각기에서는 송풍기를 사용해서 공기를 원두 사이로 강제로 불어 넣어 주면서 회전식 교반기로 섞어주는 '공냉식'을 많이 사용한다. 이때 원두에 아직 붙어 있던 실버스킨도 같이 제거된다.

5) 마무리
원두가 충분히 냉각이 되면 로스팅 전에 생두를 선별했듯이 로스팅 후에도 원두를 다시 정선해야 한다. 생두 선별 시 미처 골라내지 못했던 이물질이나 불량 원두, 과다/과소 로스팅 원두를 골라내야 한다.





1. 로스터(배전기)의 구조



생두 투입구를 통해 드럼 안으로 들어간 생두는 드럼 자체의 가열에 의해 전해지는 열과 드럼 뒷부분에 뚫려 있는 통풍구를 통해 들어오는 고온의 열풍(熱風)에 의해 볶아진다. 열전달을 골고루 하기 위해 드럼이 회전하면서 생두를 섞어 준다.

로스터 팬은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기가스는 생두의 가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버스킨(silver skin)과 함께 드럼 위쪽에 있는 관을 통해 싸이클론으로 전달되며, 이곳에서 실버스킨이 제거된 뒤 배기관을 통해 외부로 배출된다.

로스팅 중간 중간 샘플러(sampler)를 통해 생두를 꺼내보면서 로스팅 정도를 모니터링 하다가 원하는 배전도(焙煎度)에 도달하면 드럼 배출구를 열어 쿨링기(cooling sieve)로 내용물을 이동시킨다.

쿨링기에서는 뜨거운 원두 사이로 시원한 공기를 통과시킴으로써 원두를 식힌다.


2. 시간 경과에 따른 생두의 변화

-생두의 투입

생두 자체는 차가운 성질과 8~13% 정도의 수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200℃ 이상으로 달궈진 드럼 내부로 생두를 투입하면 드럼 내부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가열을 계속함에 따라 내부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생두가 열을 계속해서 흡수(흡열 반응)하기 때문에 상승속도가 느리다.

-1차 크랙(1st crack)

연녹색의 생두가 색이 바래지면서 노란색을 띠다가 점점 갈색으로 변하고 세포 조직이 파괴되고 가스 성분이 분출하면서 수분은 감소하고 부피는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185℃정도에 도달하면 갑자기 드럼 내부에서 팝콘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릴 것이다. 1차 크랙이 진행되는 것이다.

내부 온도 상승을 통해 점차 활성화되던 생두 내부성분들이 1차 크랙을 기점으로 밖으로 활발하게 발산된다. 이후부터는 생두 내부에서 여러 가지 화학반응과 함께 외부로 열이 발산(발열 반응)된다. 실버스킨도 이 과정 중에 활발하게 제거된다.

발열 반응으로 인해 내부 온도가 짧은 시간 동안에도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생두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불 조절을 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도에서 로스팅을 멈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차 크랙(2nd crack)

로스팅을 계속 지속하면 210℃ 부근에서 2차 크랙이 발생한다.

색깔은 점점 짙은 갈색을 띠게 되며 부피도 더 증가한다. 그리고 원두 내부에 있던 오일 성분이 원두 표면으로 발산한다. 수분 감소와 내부 성분 발산에 의해 무게는 감소한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로스팅을 마친 원두는 무게가 15~20% 정도 감소하고 부피는 50~100% 정도 증가한다.




커피의 기원은 커피 볶는 기술(로스팅 : roasting)과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커피의 기원에 관한 설화에도 나오듯이 쓸모없다고 여기던 커피열매 씨를 화로에 무심코 던졌을 때 커피는 비로소 감성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향기와 함께 인간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볶고 식히고 분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초록색의 씨와 그 속에 들어 있는 귀중한 내용물은 아무 의미와 가치도 없는 것이다. “커피 생두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볶는 과정이 없다면 이 음료의 문화사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1824년 이전

커피를 볶고 식히며 분쇄하는 과정이 언제 체계적인 방식으로 발전하였는지에 대하여 아는 바는 없다. 하지만 16세기에 오리엔트에서 커피가 발견되고 그 효과가 알려진 직후부터 발전하였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16세기 여행가 베르니에는 자신의 저서에서 “커피를 제대로 만드는 법을 이해하고 있는 커피 볶는 기술자는 카이로에 단 두 명만 존재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로스팅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19세기 초반까지 수백 년간 다음과 같은 3가지 형태의 로스팅 기구를 주로 사용하였다 : 냄비형, 실린더형, 구(球)형.

1. 냄비형

가장 초창기 때부터 각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던 로스팅 기구이다. 부엌이나 화덕, 모닥불에서 원두를 볶을 때 사용되었다. 운반 가능하며 대략 1kg 이하의 커피를 볶는데 적합하다. 불 위에 용기를 놓고 그 속에 원두를 넣고 볶는다. 열이 대체적으로 균등하게 용기의 벽을 통하여 원두에 전달되며, 골고루 볶아지도록 금속이나 나무로 만든 숟가락을 사용해서 섞는다. 로스팅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형태는 단순한 철판 모양에서부터 프라이팬, 반구형 냄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는데 반구형의 경우에는 흙으로 만든 냉각용 냄비가 부착되어 있었다. 냄비의 재료로는 철판, 구리, 황동 등이 사용되었다.

생두를 골고루 섞기 쉽도록 회전 손잡이를 부착하고, 뚜껑을 달아서 열 손실을 줄인 형태도 많이 사용되었다.


<뚜껑이 달린 냄비형>

2. 실린더형

냄비형의 경우에는 용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곧 더 큰 용량을 담을 수 있는 실린더 모양의 기구가 등장했다.

실린더형은 앞의 그림처럼 실린더의 길이가 지름의 몇 배에 이르고, 손잡이가 부착되어 있으며, 회전 받침대 위에 설치되어 있는데, 핸들 조작으로 불 위에서 이동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프라이팬이나 냄비 모양의 용기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우수했다. 형태로 미루어볼 때, 원두를 불 위에 올려놓고 흔들 수 있도록 긴 막대기가 달려 있는 ‘뚜껑 닫힌 상자형 커피 볶는 기구’가 실린더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뚜껑 달린 상자형 로스팅 기구>


실린더형의 단점은 원두를 넣고 빼기가 불편한데다, 커피 볶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골고루 섞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냄비형이 실린더형과 더불어 오랫동안 대중적으로 이용되었으며 이들 두 유형이나 이들의 변형이 1945년 이후에도 유럽에서 가끔 사용되었다.

3. 구형

구형 로스터는 냄비형과 실린더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구형은 간단한 장치를 통해 원두를 골고루 잘 섞을 수 있으며, 작은 불 위에서도 열이 잘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18세기 중엽부터 원두를 볶을 때 발생하는 연기를 잘 조절하여 외부로 배출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구형에서는 이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구형도 냄비형이나 실린더형과 마찬가지로 열전달이 접촉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용량이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로스터가 너무 클 경우 원두가 로스터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동시에 커피의 질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1824 ~ 1914년대

1824년에서 1914년까지는 커피 수요가 증대되면서 영업용/산업용 로스터가 발전한 시대이다. 커피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없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이라는 로스팅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두 개의 대형 커피시장이 형성되었다. 유럽의 경우 커피가 교양 계층의 음료로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19세기 초반 주요 도시들에는 120kg급 로스팅기를 2~4대 이상 갖춘, 꽤 규모가 큰 회사들이 생겨났는데, 이는 신선한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따라 대형 로스터 제작업체들도 하나 둘씩 나타나게 되는데, 1864년 뉴욕에서 Jabez Burns가 자기 이름을 딴 로스터 제작 공장을 세웠고, 1868년 독일 에머리히에서는 에머리히 기계제작소가 설립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PROBAT의 전신이다.

두 공장의 설립 시기가 비슷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미국과 유럽 두 곳에서 동시에 대량의 원두를 볶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로스팅 공장 전경. 제임스 카터가 1846년에 미국에서 특허를 인정받은 풀 아웃 방식의 로스터 모습이 보인다>


<초기의 대규모 로스팅 공장에서 볼 수 있었던, 이동 가능 냉각상자가 있는 구형 커피 볶는 기구>

1. Richard Evans의 샘플 검사기 (1824년)

Evans가 특허를 받은 샘플 검사기는 포대에 들어 있는 곡물을 검사할 때 사용하는 꼬챙이와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로스팅 중 원두가 내는 소리, 냄새, 시간 등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에 의지해서 로스팅 정도를 제어했는데 산업 분야에서는 그리 믿음직스러운 방법은 아니었다.

이 샘플 채집기의 한 쪽은 숟가락 모양이고 다른 쪽은 손잡이 모양을 하고 있는데 속이 비어 있는 축을 통하여 회전 드럼 내부로 집어넣게 되어 있다. 이 기구를 사용함으로써 로스터가 돌아가는 도중에도 소량의 원두를 꺼내서 색깔과 진행 정도 점검, 원두 상태의 점검, 샘플의 재투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커피를 볶는 도중에 기계를 세우지 않고 샘플을 꺼내서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기술적 발전이었다.


<영국 최초의 산업용 로스터에 대한 Richard Evans의 특허 서류>

2. 코크스와 석탄가스를 이용한 직접 가열(직화식)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코크스와 석탄가스는 당시까지는 볼 수 없었던 깨끗하고 편리한 연료였다. 이 연료의 효과적인 연소로 커피를 훨씬 신속하게 볶을 수 있게 되었다.

직접 가열 방식이란 로스터 드럼 내부에 불 구멍이 뚫려 있어서 커피와 불이 직접 접촉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 이전까지는 용기를 통해 열이 전달되는 간접가열방식을 사용했었다. 가스는 깨끗한 원료이기 때문에 가스 불길이 직접 커피에 닿아도 아무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구멍 뚫린 실린더를 갖추고 코크스를 사용함으로써 커피를 볶는데 20~30 분밖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이때까지 커피 볶는데 걸린 시간이 50분 이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시간 단축이었다. 따라서 품질을 현저하게 개선할 수 있었으며 달갑지 않은 부작용인 커피의 무게 손실도 줄일 수 있었다. 이 두 연료는 연소가 깨끗하게 되고 조절이 용이하기 때문에 커피를 볶는데 적합했다.

이를 이용한 로스팅기로는 네덜란드 사람 Henneman이 만든 시스템, Probat의 Perfect, 미국 Burns의 Jubilee 등을 들 수 있다.

이제 20~30분 안에 로스팅을 마칠 수 있게 되자 커피 냉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전까지 주로 사용되던 단순한 형태의 냉각용 체는 원형 냉각장치로 교체되는데, 요즘 사용되는 냉각장치와 거의 유사하게 환풍기와 교반기를 사용해서 공냉식으로 원두를 식혔다.




3. 이중 드럼 방식(열풍식)

직접가열 방식에는 중요한 결함이 있는데, 이것은 용기의 일부분이 지나치게 가열되어 커피의 탄 흔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중 드럼 방식이 개발되었다. 이 방식에서는 로스터의 드럼을 2중으로 만든다. 내부 드럼에는 구멍이 뚫려 있지만, 외부 드럼에는 구멍이 없다. 외부 드럼과 내부 드럼 사이로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어주면 이 열풍이 내부 드럼의 구멍을 통해 내부 드럼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를 볶게 된다. 내부 드럼과 열원이 직접 접촉하지 않으므로 과도한 가열이 근본적으로 차단된다.

4. 복합 가열 방식(반열풍식)

19세기말에 복합 가열 방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였다. 현재에도 사용되는 이 방식은 드럼의 가열에 의한 전도열과 뜨거운 공기를 통한 대류열을 동시에 사용하여 커피를 볶는다.

5. 기타

19세기 후반에 소규모 영업 규모로 운영되던 커피 볶는 사업이 산업화됨에 따라 여러 가지자동화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생두 투입

로스터에 생두를 채워 넣기 위해서는 잠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 늘어나는 투입량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매우 큰 단점이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깔때기 모양의 생두 투입구를 사용해서 드럼이 회전하는 도중에도 생두를 투입할 수 있도록 기술이 개발되었다.

-샘플 채집기 / 온도계

1824년의 Evans가 샘플 채집기를 고안한 이래 기계를 세우지 않고도 샘플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된 것은 기계학적으로 중요한 진보였다.

19세기 중반에는 고온 온도계가 개발되어 로스팅의 제어가 훨씬 쉬워졌다.

-원두 배출

예전에는 로스팅이 끝나고 로스터를 비울 때 기계의 작동을 멈춰야만 했다. 점차 드럼이 작동하는 도중에 원두를 빠른 시간 내에 비울 수 있도록 기술이 발달하였는데, 이렇게 할 경우 드럼이 식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로스팅 시간이 단축되고, 원두가 원하는 정도 이상으로 로스팅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쿨링(cooling)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재빨리 식혀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원두 자체의 열에 의해 ‘원치 않는 로스팅’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산업용 로스터가 등장하면서 대형 냉각기도 같이 개발되었는데 처음에는 구멍이 없는 바닥에 볶은 커피를 갈퀴 모양의 나무로 된 도구로 골고루 펼친 뒤 뒤집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구멍이 없는 바닥은 곧 둥글고 구멍이 있는 냉각용 체로 교체되었고, 더 효율적인 쿨링을 위해 교반 장치와 환풍기가 추가되었다.

미국에서는 물을 뿌려주는 방식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