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愚石의 삶에 音樂과 茶가 없었다면

쓸 만한 나무를 만나면 목어를 깍아야겠다

우석푸른바다 2020. 1. 19. 22:18

목어

                     우석


 

쓸 만한 나무를 만나면 목어를 깍아야겠다

지나다 재활용 코너에서 버려진 쇠붙이를 만나면

철로 된 목어를 만들어야

겠다

지느러미 용접하고 아가미를 덧 붙이고

비늘을 깍고 내장을 후벼 파서는

나도 한 마리 눈 부라린 목어가 디어야 겠다

 

달을 따다 여의주를 물려주고

산 딸기 따다 눈알을 만들어 주고

비늘 떨어지는 줄 모르게 지느러미 흔들고

애 간장 녹아도 척추뼈는 올 곧고

부라린 눈으로도 눈 감은

한 마리 비릿한 목어나 되야겠다

 

비 오는 날 내장 비운 속으로 눅눅하게 울면서

쓰린 속 한그릇 찬 바람으로 해장하면서

하늘 떠다니는 한 마리 목어나 되어야겠다

 

 

김 용욱 ~~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