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영 상 모 음 /읽고 쓰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

雨요일,,,(그것만이 내 세상) 영화를 감상 했다 연거프 3번을,,,

우석푸른바다 2019. 8. 29. 08:12

《그것만이 내 세상》


 닫혀 있는 개인의 자아가 머물고 있는 행간은 어떤 무늬일까.

균형을 잃은 유인원들로 넘쳐나는 지구별에서 나는 얼마나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가,

세계의 질서와는 거꾸로 망해가는 쪽으로 태엽을 감고 있는 이 사회에서 내가 가 닿을 종착지는?

뇌가 없는 자와 뇌가 있는 자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매우 쉬우면서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읽는 일이야 본능에 기인하지만 함께 하는 세상을 읽어내는 것은 각성된 이성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오진태(박정민 분)와 퇴물복서 김조하(이병헌 분)는 주인숙(윤여정 분)을 공통분모로 둔 형제지간이다.

시합 중 심판을 폭행한 전과로 다시는 선수생활을 할 수 없는 전 WBC 웰터급동양챔피언 조하는

스파링 상대를 하거나 전단지를 돌리면서 근근이 살아가는데,

마땅한 직업이 없고 기숙할 곳이 없으니 그의 삶은 노숙자 신세나 다름이 없다.

그러던 조하는 17년 만에 우연히 인숙을 만나게 되고,

오갈 곳이 없던 처지인 그는 갈 곳이 많은 양 허세를 부리다가 못 이기는 척 인숙의 집으로 들어간다


걸핏하면 아내와 자식을 폭행하는 망나니가 가장으로 있는 가정은 불행의 요소를 두루 갖춘 집합소,

교도소를 들락거리기를 밥 먹듯이 하는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어린 조하를 두고 가출한 인숙은 강물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모질더라도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한 남자에게 발견되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와 제2의 둥지를 틀게 된다.

그와의 삶에서 얻은 진태는 모지리도 그런 모지리가 없는 자폐아지만,

인숙에게는 다시 삶을 살게 하는 동기로 작용하는 존재요 빛이니,

타자의 처지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대하는 이 사회의 추악함과 형식은 몽둥이 찜질을 당해 마땅하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별이 왔을 때

그 그리움은 어떤 컬러로 나타나게 될까.


평생 홀로 헤쳐 온 삶에 갑자기 들어온 인숙을 조하는 아줌마라고 대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인성은 비록 상처투성이에다 거칠지만 따뜻하다.

반면 어린 조하를 두고 떠나온 인숙에게 다시 만난 조하는 안쓰러우면서도 애틋한 상처,

돌보지 못한 기억으로 미안하고, 거칠어서 다가가기 조심스러운 서먹함이다.

할 줄 아는 거라곤 홀로 익힌 피아노 건반 두드리기와 게임뿐인 스무 살 자폐아 진태가 여기에 더해지면,

애물단지와 야생마와 유리병이 하나의 정물이 되는 아슬아슬한 풍경이 된다.


 모든 사회적 기능을 잃은 자폐아 가운데 극히 소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능을 보여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이들은 수학과 예술, 건축 분야에서 초인적 재능을 발휘하는데 이런 재능을 일러 서번트증후군이라 한다.

 진태는 우연히 발견한 유투브 동영상을 보고 피아노를 따라 치게 되는 천재적 음악성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 환자다.

단 한 번도 음악을 배워본 적이 없는 그가 연주해내는 음악들은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헝가리 무곡, 쇼팽의 야상곡, 즉흥환상곡 등이다.

우리가 장애인으로 치부하는 그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낯선 자아를 보지 못한 탓에 그들을 폄하하고 바로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보여주는 초월적 능력에 당황하고 감동하면서도.
 
 죽음을 앞둔 인숙이 맡기고 싶은 진태를 조하는 어떻게 받아들여줄까,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복싱이고 진태가 가장 잘하는 것이 피아노와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조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은 부산에 일이 있어 오래 집을 비워야 하니 진태를 콩쿠르에 데려가 달라는 인숙의 부탁을 받은

조하는 진태를 데리고 나가 길거리에서 전단지 돌리는 일을 시킨다.

그러다 진태를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조하는 우연히 집에 들렀다는 인숙을 보게 되고,

그녀의 상태가 심각한 것임을 알게 된다.

 세상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픔을 보이지 않기 위해 어떤 거짓말도 자식에게 한다는 것을 비로소 만져보게 된 조하.


 콩쿠르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배제를 당한 진태,

 그러나 조하와의 악연으로 알게 된 피아니스트 한가율(한지민 분)의 영향력으로 갈라콘서트에 출연하게 된다.

조하는 중환자실에 누워 투병하고 있는 인숙을 지인의 화물차에 태워 진태가 연주를 하는 공연장으로 모셔간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시작되자 진태는 차분하게 건반을 읽어내려 가기 시작하는데

어느듯 천상에서 온 뮤즈가 되어 무대를 끌고 간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진태가 해석해내는 피아노 선율은 환타지 그 자체,

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선물을 그녀에게 선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항해할 때 선장과 갑판장과 조타수를 비롯한 선원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의견의 충돌로 등을 지기도 하지만,

최종의 목적인 안전한 항해를 위해 배에 승선한 모든 사람은 종국엔 마음을 모아야한다.

추락하는 이 사회에서 진태와 조하와 인숙, 그리고 재능을 알아주는 가율은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 있는가, 한편의 영화를 읽고 난 다음의 가슴은 먹먹함에서 분노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