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죠?
단단했던 심장이 다시는, 절대로 쿵쿵 뛸 일이 없을 거라 단념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친 당신은 누구입니까.
내게 왜 나타난 건가요.
그깟 사랑 따위. 서로의 세계에 안심하며 설레고 행복하다
미워하고 실망해서 헤어지고는 그
리워서 한참을 미쳐 사는 시간들에 이제는 건조해졌건만.
지나보면 시시해질지도 모를 사랑을 의심하면서.
그러니 나에겐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흘릴 눈물을 이미 남기지 않고 다 쏟아내어
당신을 위해 울어 줄 수도 없어요.
나는 따뜻한 미소도 잃어버렸는 걸요.
혹시라도 방향 없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잘못 느낀 걸까요.
그런데 왜 당신의 눈 속에 내가 반짝이고 있나요.
그 사람들 속에서 나만 바라보며 아이처럼 웃고 있는 이유를 알려 주세요.
아니에요. 아닙니다.
당신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 주지 말아요.
오래 전 날카로운 가시가 생겼어요.
나는 아픈 가시가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나 역시 아직 딱지가 남아 있고요.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문을 굳게 닫아 놓고 지냈는데
왜 자꾸 내 마음이 열리게 하십니까.
한 발자국씩 천천히 내가 놀라지 않게 다가오고 있잖아요.
어디로 숨을까요. 그곳을 찾고 있어요.
나는 겁이 납니다. 바보니까요.
내가 바보여서.
이 깜깜한 밤에 당신을 신경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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