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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을~(헉!!!!!)호수(湖水) - 소나기,,,,누구에게 비는 눈물이고 술이고 슬픔 같은 것이다

우석푸른바다 2017. 9. 22. 23:42

누구에게 비는 눈물이고 술이고 슬픔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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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노래 연습실에 가서 애창곡인 '비처럼 음악처럼'을 불러야 한다.

영화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보고 싶다.

조규찬의 '무지개'를 찾아 듣는다.

서부두 에서 막걸리에 모둠전을 먹었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버스 정류장에 줄 서 있는 나에게 우산을 씌워 주었던 타인에게서

훅 끼쳐온 비릿하면서도 따뜻했던 기운과 냄새를 기억한다.

 

비가 그칠 때까지만 있자고 했지만 새벽 5시에야 술잔을 다 비웠던 젊음이 생각난다.

방수가 되지 않은 가방에 들어 있던 교과서가 젖어서 다 말리는 동안

마음이 더 가난해졌던 때를 '추억'이라 하지 않는다.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해서 우산을 일부러 쓰지 않고 흠뻑 맞곤 했던 P

여전히 그러한지 묻고 싶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허겁지겁 리어카에 비닐을 덮던

노점상의 노인이 여태 잘 지내고 계시길 기도한다.

 

소풍 가기 전날 비가 올까 봐 하늘에 별이 떴는지 확인하며

걱정했던 어린이였을 적에 나는 지금과는 다르게 참 맑았다.

이상하게도 멋지고 튼튼한 우산을 가져 본 때가 없었다.

그것을 살 돈이 있으면 책을 샀다.

 

그저께 먹구름은 낮게 머물러 있었고,

그래서 비가 올 것 같아 염려하던 사람에게

"오늘 집에 들어갈 시간까지는 비가 절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그리고 모두가 집에 도착해서 쉬고 있을 때야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황순원 선생님의 소설 '소나기'와 부활의 곡 '소나기'는 완벽하다고 단언한다.

번들거리는 길바닥에 비친 간판들의 불빛들은 유혹적이다.

그래서 비가 오면 땅바닥을 내려다 보며 천천히 걷는 습관이 있다.

하늘에서 술이 내린다며 그 날에는 꼭 술을 마시러 어디론가 일찌감치

사라졌던 사람은 지금쯤 그도 흰 머리카락이 많이 났을 것이다.

 

마당에 빨래를 걸어두고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걷지 못해서 어떡해.

라며 걱정했던 누나의 목소리는 다른 친구들의 엄마들보다 더 안절부절 했었다.

우리오누이 에게는 어머니 가 없었으니까.

힘들게 다시 손빨래를 해야 했던 누나의 등을 나는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픈 이유 중에 하나는 돈을 벌어 세탁기를 사기 위해서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이 난다

 

 

자주 그런 생각을 했어.

비가 많이 와서 세상이 모두 물속에 꼬르륵 잠겼으면.

공평하고 조용하게.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는 날에는

아무라도 내 이름을 불러줘.

내 우울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모두 씻겨 나가도록

나에게로부터 그것을 빼앗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