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보
하루해를 무탈하게 살고보니
어둠 내려 어스름한 산 그림자 어이없이
내 마음 감아 내리고
면벽하는 스님처럼 세상을 등졌어라
민들레 주저앉은 주차장 논뚝 길에는
오가는 이 없어
나무 스치는 소리에 지나는 바람만
그리움으로 남았어라
파란 형광등은 아프게 파랗지만
읽고 또 읽는 낡은 책 한권만 벗이 되어
쓸쓸함 달래보는 수행이 따로 없어
초연한 마음이 일었어라
풀벌레 울음소리 서럽게도 홀로 타는 외로움
지난날 담아논 매실주 한잔 옥물어 삼키면
앞 마당 한가로운 삽살이 짖는 소리에
행여 님 오실까
해거름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바보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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