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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우석푸른바다 2015. 10. 19. 06:30

 

나에게 쓰는 편지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습니다.
늦은 가을 뜰에서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봅니다.
어릴적 보이던 별빛마져 이제 보이지 않는 것은
때묻은 마음 때문인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이 밤을 나의 뜰에서 우는 저 풀버레 소리가
세상 모든 산을 일으켜 세우듯이 울고 있습니다.
나의 뜰에 피었다 지는 들꽃들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깨우듯이
풀버레 울음 소리를 귀담아 듣는듯 합니다.
웃음 소리 없는 살벌한 도심을 벗어나면
언제나 보는 풍경이지만 그 정경들이 가슴 설레이게 하고
또 아쉬움을 더 하게 하는 것인줄 잊고 살았습니다.
무엇인가 보여 주고 싶고 일깨워 주고 싶고
진실한 사랑 하나 찾아서 외로움에 젖은 갈망들을
달맞이 꽃처럼 맞이하고 싶은 것도
삶이란 연습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밤이 서늘하게 깊어 갑니다.
이 밤 따라 파도 소리를 생각합니다.
파도 소리는 왜 영원한 것일까요?
바다가 울고 있기 때문일까요?
왜 파도 소리는 진양조 가락으로
자진모리 가락으로 아니 휘모리 소리로 들려 오는 것일까요?
그 무엇이 한스러워 바다는 그리움의 갈기를
내 상념의 발 끝에 풀어 놓는 것일까요?
사라지는 것과 이별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가요?
내게서 사라지는 것이 허무라면 남아 있는 나는 무엇인가요?
나는 끝내 고독한 채근담이 되어야 하는가요?
낙엽지는 소리처럼 파도 소리를 생각하면
느린 판소리 가락처럼 내 영혼의 장단을 타고 있음을 느낄 뿐인데.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아름다운 이 밤도
저만큼 뿌옇게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하면
나에게도 사랑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지는 가을 나뭇잎이 다정스레 알려 주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