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만당(茶香滿堂)
한낮 고요한 산제에는 일마다 고요하네
채색된 편지와 좋은 먹으로 맑은 벗을 삼았더니
느티나무 그림자 짧을 때 꽃은 한낮에 취하였구나.
주렴의 가벼운 바람 이는 곳에 대나무는
가을을 다투니 책상을 의지해서 때때로 창랑의 꿈을 꾸며
그림을 바라보다 어부를 쫓아 가도다
차 달이는 아이는 새소리 듣다 앉아서 졸고
작약꽃 피어 있는 난간에
술 취한 나그네가 멈추는 구나.
- 다산 정약용 선생의 '다향만당(茶香滿堂)' 중에서
다향만당 불상허례
茶香滿堂 不尙虛禮
다향만당에서는 허례허식을 받들지 않고
주객상망 좌열무서
主客相忘 坐列無序
주인과 손님 가르지 않아 앉을때도 서열이 없고
불언시비 불구사리
不言是非 不求私利
시비나 사사로운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래막가거 왕막가박
來莫可拒 往莫可迫
오는 사람 막지않고 가는 사람 잡지않네
한담고금 정완산수
閒談古今 靜玩山水
조용히 고금의 한담을 나누고 경치를 감상하면서
전차분향 이요유취 煎茶焚香 以邀幽趣
차 달이고 향 사르며 그윽한 정취를 구할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