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으로 얼룩진 알몸을
하얗게 드러낸 채
갈빛으로 멍든 가슴
잠자코 재껴둔 동심의 나락끝에서
딸깍,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물러난 커피잔
모난 각설탕처럼 외톨이로 자라나
세상 가장 어진 마음으로
제 한 몸 굴려 청춘을 희생했건만
참으로 이건, 눈부신 날들이구나!
홀로 남은 적막과 차 한잔하는 시간,
너무나 친절한 그들이 제각각의 가면을 쓰고
불확실한 감정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부끄러운 기억에
부르르 몸을 떨면
째깍째깍 그것은 이미 옛날일이야 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대답하고야 마는
그 역시 외로운 시계추
멀리서 들려오는 그리움의 소리처럼
지금 간다 지금 간다 하고
누군가 나를 불러주었으면
혀 끝 언저리 남겨진 쓰디쓴 서글픔
귀가 울리도록 숨이 막혀온다
옳구나 시간을 꿰던 적막들이 바늘을 들고
콕콕콕 콕콕콕 하고
가슴께에서 한참 실랑이하다
내 시선 끝에서 투명해진다
마치 허공 속으로 무너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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