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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 그리고 "사이먼&가펑클"

우석푸른바다 2011. 3. 20. 18:14

 "핸드드립 커피" 그리고 "사이먼&가펑클"

 

 

 

아침에 출근해서 바로 그라인딩한 신선한 원두향을 맡으며 핸드드립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끓인 물이 아닌 정수기 물로 내려서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나는 운이 좋은 직장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 기준으로.)

 

핸드 드립을 하는데 필요한 용품들을 사무실 책상에 가져다 놓고 종종 즐기고 있는데

 

보통은 출근해서 바로가 아니라 점심시간이나 야근할 때 한잔씩 즐기곤 한다.

 

모닝 커피 한잔이 아쉽긴 하지만 .

 

그렇지만 오늘처럼 휴일에, 그것도 평소처럼 8시 전에 출근하면 사무실에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맛있게 내려졌다.

 

굉장히 흡족할 만큼.

 

그렇게 내려진 커피잔을 들고 브라질 원두 특유의 깔끔함과 진한 향취를 즐기고 있자니 평일과 휴일 구분없이 일에 치어 살고 있는

 

요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바쁜 시즌이 정해져 있으니 요즘만 잘 견디면 되지 않을까?
 
어제는 퇴근길 라디오에서 "사이먼&가펑클" 특집 방송을 했다.

 

평소 라디오를 듣는 편이 아니어서 누가 진행하는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집까지의 20여분 동안

 

이들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도착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전 "Bridge over Troubled Water" 가 흘러 나왔다.

 

그대로 주차장에 들어서면 방송이 끊길 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잠깐 주차장 입구에 이면 주차 해두고 시동을 껐다.

 

모든 소리들이 차단된 어둡고 조용한 차 안에서 그들의 감미로운 미성으로 듣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 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사무실을 나와서도 계속 업무 생각으로 복잡했던 머리속이 마음에서부터 올라온 차분함으로 편안하게 물드는 느낌.

 

노래가 흘러나오는 5분여의 시간 동안 그 편안한 느낌을 더할 나위없이 만끽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이 힘든 건 큰 문제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문제 때문이라고. 맞는 말이다.

 

길을 걷던 이를 넘어지게 만드는 건 집채만한 바위가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돌뿌리다.

 

힘든 순간 순간을 잘 이겨내고 있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아주 작은, 그리고 사소한 문제다.

 

주위에선 "뭘 그런 것 갖고 그렇게 오버하냐"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넘어진 사람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발 끝에 채인

 

돌뿌리의 크기가 아니라 무릎에 난 큼지막한 상처다.

 

상처가 아닌 돌뿌리를 보면서 "별 것도 아닌걸로" 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도, 쓸모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은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지치고 힘들어 하는 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무엇으로도 한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내게는 어제 밤 주차장 입구 옆 이면도로에서 내 마음을 채우고 지나간 "사이먼&가펑클"의 음악이,

 

오늘 아침 평소보다 맛있게 내려진 커피 한잔이 바로 그런 "작고 사소한" 것이었다.

 

무너질 만큼 힘들게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요즘의 내 마음을 편안하게 그리고 약간은 나른하게 풀어준.. 작고 사소한 것.
 
행복은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금방 손에 잡히기도 한다.

 

금방 손에 잡힐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손에 쉽게 쥘 수 있을만큼 작은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