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명저 '무소유'를 읽고 느낀 감동은 봉사가 눈을 뜬 것처럼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게 된 것 같았습니다. 1993년 여름, 인터뷰 기사를 통해 법정 스님이 가장 애독하신 책이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가 쓴 '월든(Walden)'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정 스님이라면 어려운 불교 경전이나 철학책을 읽으셨을 것 같은데, 왜 미국인이 쓴 수필집을 좋아하셨고, 왜 머리맡에 두고 틈틈이 읽을 정도로 좋아하셨을까요?
Original title page of Walden featuring a picture drawn by Thoreau's sister Sophia(1854)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누구인가?
1817년 7월 12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메사추세츠주 콩코드(Concord)에서 태어나 1833년 하버드에 입학하여 수사학, 고전문학, 수학, 과학을 공부합니다. 1837년 의대, 법대, 경영대 대학원 과정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교사가 됩니다.
하버드대의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는 5달러를 지불해야 했는데, 소로우는 졸업장을 포기해 버립니다. 당시 하버드대학은 대학원생들이 졸업후 3년이 지나 대학으로부터 얻은 교육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때 5달러를 내고 졸업장을 받아가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소로우는 '모든 사람은 존재 자체로 이미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며 졸업장을 찾기위해 5달러를 지불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합니다.(이 일화는 하버드대가 그냥 세계적인 명문대가 된 것이 아니고, 또 20대 초반 소로우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1837년 고향으로 돌아온 소로우는 잠시 교사생활을 하다 형과 함께 학교를 열어 진보적인 생각들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형이 교수가 되어 떠나자 학교를 닫고 목수, 조경, 석공, 토지측량 등 임시직을 전전하며 독서에 열중합니다. 임시직 일을 하면서도 그는 연필의 생산과 품질을 증대시키는 기계를 발명하는 재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사상가이자 저술가로 명성이 높았던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을 만나, 그의 권유를 저술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1841년 소로우는 에머슨의 집으로 들어가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에머슨의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 - 진리혹은 영적인 평온은 물리적이고 실용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관을 통해 얻어진다는 사상)'에 더욱 심취하게 됩니다.
1845년 소로우는 저술과 사색에 전념하기 위해 월든(Walden) 호숫가에 홀로 오두막집을 짓습니다. 2년뒤 1847년 9월까지의 숲속생활을 바탕으로 그는 미국문학사상 가장 중요한 저술인 '월든(Walden)'을 저술합니다. 그리고 1849년 멕시코전쟁과 노예제 반대운동으로 투옥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불복종(Civil Disobendience)'를 발표합니다. 후일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킹 목사도 이 책에 영향을 받아 비폭력 저항운동을 했다고 고백했으며 현대 시민운동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민불복종도 명저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851년 소로우는 환경과 생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식물학을 연구하고 여러 지역을 여행합니다. 그리고 월든 호수지역을 측량하고 수위와 주변 생태계를 기록합니다. 1862년 결핵으로 고향인 콩코드에서 죽을 때까지 강연과 저술활동을 계속했습니다. 그 후 100년뒤 1970년 무분별한 자연개발에 반대하는 환경생태론이 등장하면서 최초의 자연운동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치열한 자아성찰의 기록, 월든(Walden)
데이비드 H. 소로우는 집에서 단지 2마일 떨어진 한적한 교외 숲속이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살기위해 월든 호숫가에 가로 4.6미터, 세로 3미터, 높이 2.4미터의 오두막집을 짓습니다. 그 안에 놓은 것인 침대, 탁자, 책상, 벽난로 , 의자뿐이었습니다. 이러한 검소하고 단순한 자연의 삶 속에서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찰합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인생의 본질적인 것들만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로빈스 크루소의 모험이나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처럼 자급자족 경제를 위해 스스로 생필품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는 필요한 만큼의 땅에 호밀과 옥수수를 심고 호박이나 사탕무로 당밀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그의 노동은 단지 그가 먹을 만큼만 생산하기 위한 것이고, 그는 일할 만큼만 먹습니다. 그는 진정한 만병통치약은 순수한 숲속의 아침공기를 마시는 거라며 최소한의 노동이외의 시간은 숲속을 산책하고, 고전문학과 세계 여행에 관한 서적들을 읽고, 월든호수의 자연변화를 시구와 같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록하는데 사용합니다.
월든 호수가에 소로우를 기념하기 위해 오두막을 복원해 두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을 도피한 은둔자가 아닙니다. 소로우는 우리가 너무 많이 가졌기 때문에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경쟁사회의 문명을 풍자합니다.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칭찬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삶은 단 한종류뿐이다.
우리는 왜 다른 것들을 희생시키고 한가지만을 과대평가하는가?
오두막 생활동안 그는 20여명의 방문자를 만나는데, 탈출한 흑인 노예(Alec Therien)를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자유를 위해 캐나다로 도망가는 것을 도와줍니다. 또 빵 반죽에 건포도를 넣는 제빵기술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소로우는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아름다운 월든 호수를 배경으로 자연과 하나가 된 절제되고 단순한 삶이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신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어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월든
지은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레,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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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우리는 너무도 바쁘게 살고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유행에 뒤질까봐 숨가쁘게 질주하고 있습니다. 생활은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우리가 더 행복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때때로 모든 문명적인 수단을 피해서 자신만의 의지로 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나선 150여년전 소로우의 수도승같은 삶이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그의 글 행간마다 들어있는 물질문명과 사회통념의 허위에 대해 풍자와 유머는 너무 빨리 발전하는 현실속에 지친 저의 영혼에 안식을 줍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서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불행과 번뇌에 살아간다고 말씀하셨듯이 소로우의 '월든'은 인간의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순한 삶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예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소개해 드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이외에 사랑에는 치료가 없다
(There is no remedy for love but to lov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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