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이야기/커피 이야기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우석푸른바다 2010. 12. 17. 20:47

커피의 재배 조건, 이젠 제/대/로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 나무 열매의 씨를 볶은 것이다. 지금까지 마셔왔던 대부분의 커피를 인스턴트 커피 형태로 소비 하다보니 커피 열매 구경은 커녕 로스트 빈(볶은 커피콩)을 직접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또는 로스터리 카페(직접 커피 콩을 볶아 판매하는 커피하우스)의 증가와 인터넷의 수많은 커피 동호회를 통해 커피의 로스팅과 신선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대중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다.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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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원두 커피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아라비카종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재배되는 로부스타종 커피에 비해 재배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보통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남위 27도 사이의 아열대 기후 지역을 '커피 벨트'라 부르며 이 지역에서 커피가 자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커피의 재배 조건은 이렇게 간단히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커피의 재배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온과 강우량이라고 한다. 년중 1,200mm~2,000mm에 이르는 강우량이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비를 받쳐줄 수 있는 토양이라 하겠다. 그것도 적당히 수분을 머금으면서 걸러낼 수 있는 땅 말이다. 이런 땅이 없다면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커피를 재배할 수 없다.

또한 따뜻한 기온이란 조건에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항상 따뜻한 온도가 아니라 낮과 밤의 적정한 온도차다. 낮과 밤의 온도차는 커피 열매의 이완과 수축을 반복시켜 조밀도를 높혀 맛과 향을 뛰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선 이상적인 고도가 필요하다. 아라비카종 커피의 이상적인 재배고도는 1,500m~2,000m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사실 온도와 강우량 말고 매우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어쩌면 제일 중요한 것일 수 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리가 내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커피 벨트 지역이라 하여도 커피 농장에 서리 한번 내리면 농장을 옮겨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커피는 파종을 해서 첫 수확을 하려면 최소한 2~3년이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서리 피해는 커피 농가에 큰 타격을 준다. 하지만 해발 고도가 3,000m 넘더라도 에콰도르나 코스타리카에선 맛좋은 커피가 나오고 이른바 음영수(Shade tree, 커피 재배에 필요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식물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바나나와 야자나무가 있다.)가 없더라도 구름이 그늘을 만드는 자마이카, 하와이, 콜롬비아 나리노 등을 보노라면 역시 커피 재배는 신의 영역인 것이다.(현재 60여개국에서 커피가 재배된다.)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자, 이렇게 자연 조건이 충족된 공간과 시간대에 재배된 커피 나무의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드디어 수확을 한다. 커피콩은 커피 열매로 부터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얻어지는데 수세식 건조 가공 방식과 자연 건조 방식이 그것이다. 수세식 가공은 잘 익은 커피 열매가 물에 뜨는 성질을 이용한다. 물에 붕붕 뜬 열매만을 골라내 탈곡기를 거치면 껍질이 벗겨진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 방법인 자연 건조 방식은 열매 그대로 말리는 것인데 말리는 방법도 태양에 그대로 말리는 것과 건조 기계를 이용하여 말리는 방법이 있다.

이와 같이 건조 방식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자연 조건도 한 몫하겠지만 무엇보다 돈이다. 경제력이 있는 농장이라면 자연 건조 방식 보다는 보다 설비를 갖춰 수세식 건조 방식을 사용한다.어쨌든 이러한 건조 방식을 통하면 커피 열매는 적절한 수분을 함유한 파치먼트(씨앗) 상태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또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파치먼트 상태까지 만들 수 있는 농장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커피 열매(커피 체리) 상태로 그대로 갖다 파는 소규모 영세농이 많다는 것인데 이러한 농가들은 그 만큼 자신의 농작물을 값싸게 넘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게다가 커피의 질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체 넘기는 아픔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의 공정무역 커피 단체들은 이렇게 중간 유통 단계에서 벌어지는 농가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파치먼트 단계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들을 지원해 주면서 농가 소득을 높히고 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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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파치먼트 상태로 생산된 커피콩은 주로 커피 커피 협동 조합에 모이게 되는데 이곳에서 커피는 커핑(cupping, 맛 테이스팅 과정)을 거쳐 등급을 받는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쌀 농사 추곡 수매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등급을 받은 커피는 등급별로 분류되어 세계의 커피 무역 회사에 판매가 된다. 커피 무역 회사들은 커피 생두 주문이 들어오면 도정(파치먼트를 생두로 만드는 과정. 그러니까 커피 씨앗의 얇은 껍질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쌀 도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을 해서 생두 상태로 만든 후 커피 포대에 담아 선적한다. 커피 포대는 보통 6,70kg 단위로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