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커피점마다 '오늘의 커피' 라는 메뉴가 있다. 판매중인 커피 종류가 많다보니 어떤 커피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손님들에겐 편리한 메뉴로 애용되고 있다. 게다가 대개는 가격이 다른 메뉴보다 저렴한 편이라 커피 선정에 까다로운 기준이 없거나 귀차니즘이 발동한 사람들은 '오늘의 커피'와 타협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오늘의 커피'라 하면 가격은 저렴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커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거 재고 터는거 아냐?" 또는 "오늘의커피는 오래된 커피로 만든대" 등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도 하다. 물론 '오늘의 커피'가 이런식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바야흐로 커피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다시한번 '오늘의 커피'에 대해서 조명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먼저 '오늘의 커피'는 재고 털이용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오늘 그러니까 바리스타가 가게 오픈 준비를 하면서 지금 시점에서 커피 숙성도가 가장 좋아 맛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커피콩을 '오늘의 커피'로 선정해야 한다. 이게 바로 진정한 '오늘의 커피'다. 이 정도는 되어야 메뉴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손님들이 '오늘의 커피'를 마셨을 경우 "와우! 맛있네"라면서 비로소 이 가게의 다양한 다른 커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또는 "오늘의 커피가 이 정도면 다른 건 더 맛있겠네" 아니면 "오늘의 커피를 이렇게 신경쓰는 가게면 신뢰할 수 있어" 등과 같은 부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는 오히려 다양한 메뉴의 매출 상승을 일으켜 궁극적으로 커피콩 재고 관리에 도움을 주게 된다. 마케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커피를 대하는 가게의 작은 태도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아울러 리필 커피에 바로 이 '오늘의 커피'를 활용하면 여러가지로 편리해진다. 물론 손님이 먼저 마신 커피 메뉴를 사전에 파악하여 농도나 성향을 고려하여 리필 커피를 추천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손님이 만데린이나 케냐같은 강성의 커피를 마시지 않은 한 훌륭한 '오늘의 커피'는 통한다. 단, 최고의 커피로 선정된 '오늘의 커피'여야 한다. 리필 커피를 성의없이 미리 내려놓은 커피로 서비스한다든지 심지어 이런 커피에 추가 요금까지 붙인다면 다음엔 저희집에 오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이렇게 '리필 커피'가 어쩌면 '오늘의 커피' 보다 손님들에게 가게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필 커피'는 오남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매니저 또는 바리스타들이 '오늘의 커피'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을 그런대로 많이들 하곤 있지만 의외로 '리필 커피'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보자. 커피집이 최종적으로 평가받는 커피는 결국 '리필 커피' 아니겠나. 케냐 커피를 주문했지만 문을 나설때 입안에 머금고 있는 커피는 리필 커피다. 왜냐하면 손님이 그 집에서 마시는 가장 마지막 커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들은 무의식적으로 리필 커피의 맛으로 그 가게를 기억한다. 만약 자신의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이 리필 커피를 남기고 갔다면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리필 커피는 무조건 상태 좋은 맛있는 커피로 내려드려야 한다. 리필이니까 대충하자. 또는 재고 털어야 하니까 이걸로 하지.라는 태도로는 커피 전쟁터에서 절대 살아날 수 없다. 사람의 혀는 속일 수 가 없는 것이다. 리필 커피로 만족한 손님들이 결국은 그 집의 단골이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물론 손님들도 '오늘의 커피'와 '리필 커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진정성을 갖고 대하는 커피집을 만나면 적극 애용해줘야 한다. 말하자면 팬이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커피집은 단골 보다는 팬이 있어야 한다. 팬은 물리적 공간성이나 방문 횟수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먼곳에서 일년에 한번밖에 방문을 못하는 손님이라도 단 한잔의 리필 커피로 팬이 된다면 열 단골 부럽지 않다. 물론 단골이면서 팬이면 금상첨화겠지만 진정한 팬들은 오히려 단골이 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자신이 특별 대우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손님들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커피집에 팬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가게 점주나 손님들에게 행복한 일이다. 요즘 유행어로 팬들이 없는 커피집은 조금 불행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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