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즐기는 취미생활! 커피로 시작된 향긋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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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커피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음료도 없다. 남녀가 처음 만나는 어색한 자리, 회의를 하거나 혼자 책을 읽을 때, 휴식을 취할 때도 커피는 필수다. 하지만 커피를 주문할 때 아직도 “설탕 한 스푼에 프림 두 스푼”을 외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들 부부처럼 “브라질 산토스에 메리타 드립”을 주문하는 커피 예찬족도 있다. 바로 결혼 2년 차 최현미(29)·임호민(34) 부부다.
커피와의 인연은 남편으로부터 시작됐다. 1994년, 임호민씨가 대학에 갓 입학한 뒤 처음 구한 아르바이트 장소가 바로 커피 전문점이었던 것. 당시 단어조차 생소했던 핸드드립 커피를 내놓는 곳으로 커피 믹스가 전부인 줄 알았던 그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카페로열, 카페라테, 비엔나 등 다양한 커피 레시피를 접하는 동안 어느새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본격적으로 커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로부터 5년 뒤. 군대를 마치고 복학한 학교에서 신입생 최현미씨와 만나기 시작하면서였다. 마침 에스프레소 전문점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데이트를 하며 자연히 커피를 매일 마시게 됐다.
“대화할 시간을 마련하는 데 커피만한 음료가 있을까요. 취하지 않고서도 상대방과 가까워질 수도 있죠. 저희가 결혼까지 하게 된 것도 커피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맛에 예민한 최현미씨가 가게마다 다른 커피 맛에 대해 얘기했고, 그 이유가 차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함께 원두 생산지별 특성과 로스팅 단계, 블렌딩 비율 등을 익혔고 어느새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핸드드립은 의외로 갖춰야 할 것이 적다. 드리퍼, 서버, 여과지, 포트 정도면 기본 도구는 모두 갖춘 셈. 그 조차 포트 대신 주전자, 서버 대신 머그로 대체할 수 있다. 드리퍼와 여과지 구입 비용은 1만원 내외. 원두 구입도 어렵지 않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도 다양한 종류의 원두가 구비돼 있으며 원하는 양만큼 즉석에서 갈아준다. 부부는 주로 원두 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주문 즉시 원두를 볶아 배달해주므로 신선도가 높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족족 쏟아지는 대답들…. 이렇듯 커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커피 기호가 분명하겠지 싶어 즐겨 마시는 원두 품종과 블렌딩 비율을 물었다.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같은 비율로 블렌딩해도 로스팅과 숙성, 드립 과정을 거치고 나면 늘 다른 맛이 나요. 오히려 그런 점이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의 매력이죠. 아직도 맛을 보고 싶은 원두가 많아요. 굳이 같은 맛만 고집한다면 즐거움이 반감될 거예요.”
연애와 함께 시작된 커피 사랑. 알면 알수록 궁금하고 마실수록 중독되는 커피가 있는 한 이들의 부부애도 언제까지나 계속될 거란 생각이 든다.
초보자도 할 수 있다! 홈 로스팅에서 핸드드립까지
최현미·임호민 부부는 집에서 커피를 볶는다. 집 안에서 늘 향긋한 커피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공들여 만든 정성이 가득한 커피 한 잔에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맛과 향이 없는 커피콩(생두)을 최상의 맛과 향기가 나오도록 적합한 조건으로 볶는 일이 로스팅(Rosting). ‘매일 아침 볶은 원두를 사용합니다’라는 문구를 붙인 매장 한편에 있는 거대한 로스팅 기계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면 오산이다. 초보도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로스팅 방법부터 핸드드립 커피 추출법까지 배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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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상의 로스팅을 위해서는 드럼 로스터를 써야하지만 초보가 구입하기에는 고가인 데다 부피도 크다. 부담 없이 해볼 수 있는 방법은 깊고 두꺼운 주물 팬에 커피콩을 넣고 불에 올려 거품기로 저어가며 볶는 것. 양면 팬, 수망, 오븐 등으로도 커피를 볶을 수 있다.
2 생두 상태의 커피콩은 녹색을 띠고 있어 그린빈이라고도 한다. 이 그린빈을 달군 팬 바닥에 얇게 깔릴 정도로 붓는다. 타지 않도록 계속 저어가며 볶아야 한다. 150℃ 정도가 되면 커피콩 가운데 움푹 들어간 부분이 팽창하며 팝콘 튀기는 듯한 소리가 난다.
3 커피콩은 색깔이 진해지는 정도에 따라 라이트 로스트, 시나몬 로스트, 시티 로스트, 풀시티 로스트, 프렌치 로스트, 이탤리언 로스트 6단계로 세분화한다. 사진처럼 옅은 갈색인 정도가 라이트 로스트로 신맛이 강하고 중후함과 향기가 약한 것이 특징이다.
4 ③에서 좀 더 볶을수록 점차 진한 갈색이 돼간다. 시나몬 로스트는 아침 식사에 곁들이거나 우유, 설탕을 넣어 마시기 좋은 원두로, 아메리칸 커피에 적합하다. 사진은 시나몬 로스트와 시티 로스트 원두가 섞인 상태. 홈 로스팅의 경우 완전히 고르게 볶기는 힘들다.
5 커피콩이 200℃에 이르면 다시 팽창해 옅은 갈색에서 흑갈색으로 변하며 윤기가 돈다. 사진은 풀시티 로스트에 가까운 상태인데 중후함과 향기가 최고조를 이뤄 가장 많이 선호한다. 프렌치 로스트나 이탤리언 로스트는 맛이 강해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 마끼아또 등에 사용한다.
6 원하는 단계에 이르면 즉시 넓은 쟁반에 쏟아 펼친다. 선풍기 바람으로 재빨리 식히는 동시에 원두 껍질을 날린다. 볶은 원두는 만 하루 이상 지난 뒤 마시고 2, 3일 정도 지났을 때 맛과 향이 가장 좋다. 로스팅 후 일주일이 지나면 맛이 감소하므로 최대 2주 전에는 모두 사용한다.
7 한 잔 분량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원두 분쇄기인 그라인더에 원두를 20g 정도 넣는다. 수동 그라인더는 톱니바퀴 나사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원두 굵기를 조절할 수 있다. 나사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입자가 고와지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굵게 분쇄된다.
8 일단 분쇄한 원두는 바로 사용하는 것이 맛과 향이 가장 풍부하다. 물의 양은 200㎖ 정도가 적당하고 온도는 90~95℃에 맞추는 것이 좋다. 커피를 내리기 전 커피를 받는 주전자인 서버와 커피 물을 우려내는 드리퍼, 페이퍼를 따뜻하게 덥히면 맛이 더 좋아진다.
9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든 뒤 본격적으로 추출한다. 물줄기는 가늘게, 물의 높이는 5cm 이내가 적당하다. 추출 뒤 커핏가루가 페이퍼 전체에 골고루 붙어 있으면 드립이 잘 된 것. 갈색 크림 같은 거품이 하얗게 변하면 좋은 커피가 추출된 것이다.
핸드메이드 커피를 위한 도구
드리퍼 하나만으로도 커피를 내릴 수 있지만 초보라면 몇 가지 도구를 추가로 갖추는 편이 안정적인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 비결. 최현미·임호민 부부의 경우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로스팅 기계 같은 고가의 도구는 없지만 기본 도구만큼은 충실하게 잘 갖추고 있는 편이다. 부부의 도구 목록을 본 뒤 내게 가장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꼽아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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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피포트
칼리타 브랜드의 호소구치 포트로, 컬러감이 돋보이는 법랑 재질. 5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평소엔 입구가 좀 더 얇고 길게 쭉 뻗어 있어 물 조절이 편한 호소구치 드립 포트를 사용한다.
2 핸드밀
칼리타 브랜드 제품으로, 그림이 그려진 깨끗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적은 양의 원두를 가볍게 그라인딩하기에 적합하다. 6만원 정도에 구입.
3 모카포트
수동 에스프레소 주전자인 모카포트. 커핏가루를 필터에 넣고 아래층 물통에 물을 넣어 불 위에 올리면 물이 끓을 때 압력으로 커피가 뽑아져 나온다. 에스프레소 머신만한 압력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크레마(커피 거품)를 보기는 힘들다. 타이푼 제품으로 3만원대.
4 아이스 드립세트
중간의 아이스 바스켓에 얼음을 채워놓은 다음 커피를 내리면 아래쪽에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추출된다. 멜리타 브랜드의 세트 상품으로 2만원대에 구입. 5 온도계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데 온도가 매우 중요하므로 하나쯤 갖추고 있으면 좋은 아이템. 1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6 모래시계
커피 내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데 쓰인다. 흰색은 1분, 녹색은 3분이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했다. 1만원대.
7 융 드리퍼와 페이퍼
핸드드립에서는 페이퍼와 함께 별도의 드리퍼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반면 융 드리퍼는 단독으로 사용하는 제품. 페이퍼에 비해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준다. 융 드리퍼는 1만원대에 구입 가능.
8 드리퍼
가장 일반적인 3구 드리퍼는 세 개의 추출구를 통해 맑고 산뜻한 커피 맛을 내주며 드립 시간이 짧다. 중앙에 1구의 추출구가 있는 드리퍼는 물 빠짐이 느려 추출 시간이 긴 반면 풍미가 진하면서도 보디감과 부드러운 커피 맛을 내준다. 초보라면 3구 드리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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