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愚石의 삶에 音樂과 茶가 없었다면

우린 매일 이별을 하고 있다.~~~마시따 밴드 - 이렇게 하루가 또 가네

우석푸른바다 2020. 1. 9. 21:07

 

 

우린 매일 이별을 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 아직은 덜 영근 하늘에서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 내 옆을 거닐었다.

수줍은 듯 아직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보드라운 바람이

내 얼굴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아직 정들었던 지난 계절과 제대로 이별을 나누지도 못했는데,

불현듯 나를 찾아온 새 손님이 반갑기만 하다.

내가 이토록 차가움을 원할 정도로,

가슴 시린 감정을 그리워했던 사람이었단 말인가?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계절과 이제 끝인사를 맺어야 한다니,

떠난 사람의 빈 기억이 떠올라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겨울에게 빈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는 가을의 고운 마음씨에게 감사의 편지를 띄운다.

맑은 하늘에 한가로이 떠 있는 구름 한 점에 쪽지를 태워 흘려보낸다.

그동안의 짜증과 불만 섞인 목소리들을 감당해줘서 고맙다고...

 

다음 여행 때 꼭 다시 함께 하자고...

언제나 이별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우리지만,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잊지 않으려는 나의 마지막 몸부림을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이별 때문에 무너졌던 과거의 처참한 시간들을 돌이켜봤다.

우리의 주변을 스쳐갔던 수많은 인연들,

언제나 가슴 아픈 이별을 주고받아야 했지만,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은 아련했다.

어제까지 바로 내 옆에서 함께 뜨거운 정을 나누었던

계절과 생이별의 통증을 나누었고,

가까스로 버티었던 괴로운 하루도,

진한 참회와 함께 과거의 시간으로 떠나보내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인간은 이별의 슬픔 앞에서도 왜 항상 처연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괴로워해야 하는가?"

"왜 자꾸 흘러내리는 눈물을 거두며 견디라고만 하는가?

그냥 옆에서 위로의 한마디만 건네주면 안 되는가?"

 

이별이 전해주는 슬픔에 괴로워하지도 못하고,

다시 새 삶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대체 인간다운 삶이란 말인가?

 

이성적인 인간이기에 이별의 아픔을 서러워할 여유도 없이,

찢어진 상처를 봉합할 여유도 없이,

뜨거운 눈물을 토해낼 빈틈의 시간도 없이,

또 거짓스러운 내일을 맞이해야 하는 건가?

나이를 먹으면 속절없이 이별이란 감정에도 무덤덤해지는 걸까?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찰나를 과거로 떠나보내며 아파할 겨를도 없이,

거친 이별의 전언을 반복해야 하는 숙명을 안았다.

 

 

나의 헤진 감정의 조각들을 들춰보았다.

너덜너덜해져 버린, 때우고 싶어도 그럴 수는 없는 과거의 상처들이 보였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맞아야만 하는 그런 폭풍 같은 소나기처럼,

급격히 쏟아부어야만 마음이 겨우 진정이 되는,

눈물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내 몸을 온전히 빗물 속에 잠겨버리고 그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순간을 떠올린다.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고 누구를 바라봤었는지 이제 기억조차 아득하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삶은 거짓일지도 모른다.

속마음을 밖으로 드러낼수록 나의 존재는 어두워진다.

투명해야 한다는 요구는 나에게 피곤함을 안겨줄 뿐이다.

인생은 어렸지만, 삶에 모순된 거짓들이 난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들과 주고받았던 거짓말 같은 위안들 속에

스스로 감추지 못 했던 진실들이 담겨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현실로 받아들였을 때,

이미 시간은 저만치 흘러가버렸고 아무것도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보탤 것도 덜어낼 것도 없는 그저 내가 보낸 시간들을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무것도 아닌 무의 상태가 되었다.

 

나머지 시간들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송두리째 빼앗긴 마음의 공허함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새로운 사랑일까?

새로운 인연에 대한 열정일까?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라고 말이다.

과거의 슬픔,

이별의 상처,

방황의 시간을 극복한 자아에게 구원을 안긴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걸어간다.

아마도 그곳은 외로운 길일지도 모른다.

한참 걸어왔는데 틀린 길,

바로잡아야 하는 후회를 안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선택은 오로지 개인에게 내려진 숙제다.

자신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없다.

그 대답은 공허한 메아리로,

빈 대답으로 돌아올 뿐 구체적인 해답은 스스로의 여정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

 

인생은 외로운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남들과는 비록 다른 길을 걷는다 하여도

스스로를 믿고 또 가야 할 길을 가려는 굳은 의지를 본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

먼 곳에 당도하게 되니 근심들이 하나둘씩 쌓여있었다.

또 극복해야 할 장애물과 같은 멍에들이 그의 시야를 어지럽힌다.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들은 때로 그의 발목을 붙든다.

머릿속에 계속적으로 떠오르는 과거의 생각들,

다시 억지로 지우려는 의지들이 느껴진다.

뒤늦은 후회의 순간이 찾아와 봤자,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억지로 다른 소리로 들으려고 하지 말고,

단지 내가 시각을 바꾸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