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土山房/愚石의,,,,山房 이야기

상처입지 않고 조용히 ......생을 마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우석푸른바다 2017. 9. 6. 07:47

 

참 오래동안 잘 살았다. 무명으로, 엑스트라로, 평범으로 .

길을 가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작고 평범한 몸과 얼굴,

그 몸에 어울리는 숨어 살기에 적당한 작고 소박한 집(山方)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큰 집,

독특한 집으로 바꾸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순간이지.

그 순간만 넘기면 숨어서 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사라지기 라는 은둔의 삶을 즐길수 있었다.

 

상처입지 않고 조용히 ~~

우주에는 어쩌다 그렇게 사는 사람 한 명쯤 있을 수도 있는 법

 

깊은 계곡 으슥한 외딴 곳에서 고독도 그리움도 혼자

은밀히 자위하며 피었다 지는 이름모를

꽃과 풀잎처럼

조용한 삶

 

유일한 즐거움은 인연따라 흘러온 각양각색의 다관의 색과 모양과 자태를 보고 쓰다듬고

다관에 어울리는 차와 찻잔을 맞춰보며 상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많은 사람의 입술과 손길을 간직한 골동찻잔에 찻물을 주르륵 부으면

축소한 지도 위의 길처럼 금이 간 찻잔선을 따라

찻잔이 걸었던 길이 펼쳐지며 찻잔의 수다가 시작되면

기꺼이 귀와 마음을 열어주는 즐거운 사치를 누리며.

 

공개하면 그 신비와 순수성이 변질될까봐 산방서재에 숨겨둔

서재 속의 애인들을 불러내어 같이 차 한잔 마시면서 연애질 하면서 .

상처입지 않고 조용히 ......

생을 마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삶은 반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