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그날
세상 끝 이라도 함깨 가겠다며
한바탕 끊어 오르던 나를
너는 느린 풍경소리 울리는
산사로 이끌었다
네 눈은 깊이를 가늠할수 없이 투명 해졌고
내 몫의 찻잔 위론
연두빛 맑은 바람이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다
자꾸 찻잔만 달그닥 거리던 내게
뜨거운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고
달콤한 깃발이 청춘이 아니라고
너는 가만히 속사였다
여리디 여린 속잎이 철판의 열기를 견뎌내고
한낮 사막 같은 숨막힘과
선한 바람의 시간들을 지나
펄펄 손 데이는 뜨거움을 식혀 내야만
혀 끝에 대지의 푸른 숨결이 전해지는 거라고
그렇게 천천히 가자고
너는 말했다
혀 아리도록 부끄럽던 그날
허겁지겁 목마르기만 했던
내 젊음 위로
연초록의 쉼표 하나 찍히고
내려오는 길마다
숨어 있던 나무들
착한 그늘 드리워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