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 정말 그렇다!
손에 들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못생겨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외모 열등감, 가난한 집안이 부끄러운 집안 열등감, 고졸이라 무시받는 것 같은 학력 열등감 등에 시달리는 이웃의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과거'에서만 찾는다는 이유로 심리학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반응) 이면에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보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학은 위대한 발견이라 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심리적 현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이해와 치유, 회복의 길이 열리는 것을 실감할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는 바람만 가득했지, 내가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자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존감>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열등감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열등감도 있고, 과거 경험 때문에 생기는 열등감도 있습니다. 문제는 열등감이 성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관계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습니다. 열등감의 가장 큰 문제는 겪는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든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니라, '착각'이라는 것이 우리를 더 억울하게 만듭니다.
<자존감>은 "열등감은 관점의 문제"(19)라고 거듭 말합니다. '자신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 즉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에서 열등감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그것도 전혀 합리적인 근거를 갖지 않은 채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존감과 열등감이 외적 조건에 따라 일어나는 합리적 감정이라고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이건 착각이다. 자신을 부정적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 문제다. 자존감과 열등감은 자신을 보는 관점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조건이 아니라, 관점이다"(42).
<자존감>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내가 가진 열등감'의 문제를 진단해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남이 보기에 성공한 사람, 행복할 것 같은 사람이 실제로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불행의 늪에 빠져 있는 그 심리적 현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긍휼한 마음이, 내 안에서 떨고 있는 '열등감의 아이'의 존재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은 긍휼한 마음이 차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서 심리적 생기를 앗아가는 이 '열등감'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파악하고나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나를 포함하여)를 보듬어야 되겠구나 하는 열린 마음이 생깁니다.
<자존감>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공식적으로 보면, 욕심을 줄이고 성공(의 경험)을 높이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길입니다(자존감 = 성공 / 욕심). 저에게는 그보다 먼저 '누군가를 용서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사례 중에 유년기에 자기를 괴롭혔던 아버지 때문에 집안 열등감에 시달렸던 한 아들이,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는 깨달음과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느 날, 화가인 부인이 부엌에서 연탄재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연탄재에다 물감을 섞어 그림을 그렸다.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L 박사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우리 아버지는 쓸모없는 연탄재 같은 분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내가 있기 위해서 연탄재 아버지도 필요했구나'(78)". 또 "용서도 이를 악물고 하는 것이다. 용서하기로 결심하고, 의지로 용서하는 것이다"(241)라는 말도 마음에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자존감>은 "남의 거울에 비친 나를 나로 착각하지 말자"(70)고 충고합니다. 전에는 남의 거울에 비친 초라한 내 모습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거울이 찌그러지고 깨진 거울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자존감>을 읽으며 저는 처음으로 고모를 용서했습니다. 그동안 무엇인가 나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심리학 공부를 해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존감>은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어떤 기억 속에 제 열등감을 자극하는 상처가 숨어 있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별 이유 없이 동생을 더 예뻐했던 고모의 차별이었습니다. 막내인 제 여동생을 무척 귀여워했던 고모는 (상대적으로) 유난히 가시 돋친 모습으로 저를 대했습니다. 그러나 전 또 이모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것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별일 아닌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유도 없이 급격하게 위축되곤 했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모의 그 매서운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저를 느꼈습니다.
'에필로그'에 보면, 저자인 이무석 선생님이 '외손녀인 혜인이가 왜 이렇게 예쁠까?' 하는 의문에 답하는 글이 나옵니다. 그 글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존재 자체로 소중한 사랑, 우리 모두는 그런 사랑이 필요하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열등감에 쪼들리며 우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것인가?"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이제 그 행복의 열쇠가 내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 스스로 사과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행복의 문을 스스로 열어가려 합니다. '그동안 내가 너를 구박했지? 미안해' 하고 말입니다.
<자존감>은 심리학적 용어가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쉬운 글로 '열등감'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파악하고, 나를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열등감의 함정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겪지 않아도 될 불행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한번은 자기를 정면으로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269-270).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을 통해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해보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례를 다른 사람에게 섣부르게 대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겠지만, 다른 사람의 사례를 읽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용납할 수 있는 이해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겪지 않아도 될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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