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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우석푸른바다 2011. 4. 14. 20:58

 

내 생애 단 한번

 

 

 

지난 번에 여행가기 전에 서점에 들러서, 여행기간 중에 뭐 가볍게 읽을거 없나 하고 찾다가 집어든 책이다.  장영희 교수님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사실 외에는 아는게 거의 없었다.  서강대 영문과 교수님이셨고 몸이 많이 불편하셨고 올해 봄에 돌아가셨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참 선생님이셨다는 정도  언젠가 그 분의 제자로 보이는 분의 블로그에서 그 분을 추모하는 글을 읽은게 사실 전부였다.  선채로 글을 하나 골라 읽었는데, 평범한 일상이야기지만 삶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겸허와 지혜와 소탈이 묻어난 아름다운 글이었다.  이런 잔잔한 에세이집을 읽은지 참 오래됐다는 생각을 하며 다른 책 한권과 함께 구입했다.

 

 

 

이 책은 샘터라는 잡지에 연재된 에세이들을 묶어서 출간된 듯 하다.  책이 언제 나온지는 정확히 안봤지만 쓰인 글들은 아마도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쯤에 쓰인 것 같다.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과,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주변 사람들을 향한 애정과, 매일의 일상에서 부딪치는 것들에 관한 소회와, 그리고 사회 현상을 보며 느끼는 자신만의 생각들을 일기를 쓰듯 솔직히 그리고 가감없이 그리고 있다.  글을 읽다보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픔들이 확연히 드러나진 않지만 조금씩 묻어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삶에 대한 열정과 겸손한 자아의식, 그리고 역경에 지지 않으려는 오기 역시 볼 수 있었다.  한 두편의 글이 아닌 전체 책을 통해 느껴지는 진정성은 그 분을 전혀 만나본 적도,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지만 참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줬다.

 

 

 

같은 영화나 음악을 감상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서는 다 다르기 마련이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틀리게 보인다.  하지만 다르게 느끼거나 틀리게 보이더라도 그 대상이나 사물의 본질은 같다.  다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나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뿐이다.  나와 조금 다름과 틀림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장교수님의 글속에 공통적으로 내재하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  배운 사람이나 못배운 사람이나, 많이 가진 사람이나 적게 가진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할 것 없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아마도 지금은 그런 곳에서 편안히 계시리라 믿는다.

 

 

 

“내 생애 단 한번이라는 책 제목만큼이나 치열하고 간절한 삶을 사신 분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유고 수필집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꼭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돌아가시기 몇년 전부터 암투병을 하시며 고생을 하셨고, 급기야 이겨내시고 다시 강단에 서셨는데, 결국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서 올봄에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보게됐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 분이 느끼셨을 살아있음에 대한 환희와 삶에 대한 경외를 듣고 싶어진다.  비록 육체는 병들어서 힘들었을지라도 더 영롱하게 빛나는 그 분의 맑은 영혼의 숨결이 느껴지는 글들을 다시금 읽고 싶다.  책을 읽은지 이미 몇주가 지났지만, 내 생애 단 한번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곳에서  그래 다시 시작하자는 각오를 다져본다

 

2009 1112  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