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 책과 음악은 배낭 속에 반드시 넣어야 할 필수품이다.
특히 인도와 같은 곳의 여행지에선 더더욱 그렇다. 길고 긴 열차 여행, 인도의 열차는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넘어갈 때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8시간 이상이다.
통상 12시간 심지어 36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러한 인도 열차에서 여행자는 두 가지 만남을 동시에 수반한다.
타자와의 만남 그리고 자기와의 만남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단점은 있지만, 오케이와 탱큐 그 단순한 몇 마디를 통해 열차 안에서
만난 같은 여행자 혹은 인도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꽤 쏠쏠한 게 인도 열차 여행이다.
하지만 이것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그렇게 되면 '자기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온갖 타자들과 네트워크처럼 연결되어 있다.
히키코모리가 아닌 이상에 타자와의 관계를 끊을 방법은 없다.
자신은 항상 타자에게 투영될 뿐이다.
그런데 인도의 긴 열차 여행은 싫건 좋건 간에 홀로 오롯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최근 일부에선 휴대폰을 인도까지 들고 간다지만,
어찌됐든 자신이 속했던 사회와의 네트워크는 일시적으로 단절된다.
'고독'과 '외로움'이란 단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술 언저리에서 맴돈다.
그럴 때, 책을 읽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흔들리는 열차에서 활자는 춤을 춘다.
가만히 눈을 감아 여행 일정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무엇을 할까? 이어폰을 귀에 꼽고 MP3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가?
평소에 즐겨듣는 음악의 연장선이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듣게 될 음악은 좀 달라야 하지 않나 싶다.
인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볼리우드 뮤직이라든가 요가 명상 음악도 괜찮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당신은 보해미안 혹은 집시다. 다시 말해 방랑자다.
정착민의 삶을 일시적으로 벗어나 유목의 삶을 비일상으로 잠시 즐기는 방랑자다.
그러한 방랑자들의 음악만을 모아 놓은 음반이 있다.
전남 담양에서 활동하는 아주 이상한(?) 목사가 그런 음악만을 모아서 CD로 출시했다.
임의진 목사다. 사진가면서 여행가고 동시에 음악가인 임의진 목사.
그는 여행자들의 방랑을 돋구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들었던 음악들을 모아 CD를 만들더니
이젠 다섯장의 CD가 됐다. 여행지로 떠나는 내 배낭 속엔 항상 그의 음반이 담긴 아이팟이 있다.
인도의 열차 안에서 지평선을 응시해본 자만이 느끼는 공복감과 허탈함이 있다.
임의진 목사가 방랑자를 위한 DJ가 되어서, 들려주는 음악은 당신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영혼의 양식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제 여행을 떠나려 하는 여행자는 아직 방랑자가 아니기에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기대'는 배낭 속에 들어가지만 두려움은 배낭 속에 들어가는 품목이 아니다.
전 세계 방랑자들이 들려주는 노래는 두려움에 떠는 당신의 가련한 영혼과 여행길에 함께 할 것이다.
여행자의 노래는 이미 각각 한 장씩 다섯 장의 CD로 시중에 나와 있다.
최근에 그 다섯 장을 모은 한정판도 출시됐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음악이지만, 가능하면 노래하는
방랑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음반 구입을 권유한다.
내 돈이 아깝다고 남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풍토는 이제 낯간지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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