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사는 곳에 사람이 삽니다
‘百年魚’는 앞으로 백 년을 헤엄쳐갈, 백 마리의 나무물고기를 말합니다.
산골 옛집을 헐어 나온 서까래에서 태어난 지느러미들, 버려진 낡은 의자나 폐목에서 태어난 눈빛들입니다.
생각을 깎는 마음과 손길에서 새 비늘을 얻었습니다. ‘百年魚’는 등이 푸른 꿈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물결을 움직이는 힘은 몸뚱이보다 여린 지느러미에 있습니다.
이 투명한 지느러미로 물살을 넘고 또 물길을 만듭니다.
‘百’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이며, 한 세기를 넘어가는 단위이며, 언제나 받고 싶은 점수이기도 합니다.
‘百’의 우리 옛말은 ‘온’입니다. 이는 ‘전부’, ‘모두’를 함축하고 있으니 곧 온전함을 지향하는 자연수입니다.
하여 ‘百’은 많은 것을 은유합니다. 풍요의 숫자, 기대감의 숫자인 만큼 ‘백년’은 늘 근원적 소망을 담습니다.
어쩌면 이 기도 같은 ‘百’은 당신 속에서 오래 자라고 있던 자연과 자유의 이름일 겁니다.
물고기는 인류문명사의 흐름을 잇는 원형적 상징입니다.
신석기시대 메소포타미아에서 탄생한 쌍어신앙은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고대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로, 알타이 산악지대로 퍼지면서 만물을 보호하는 신적 존재로 흡수되었습니다.
힌두교와 불교, 초기 기독교에까지 스민 물고기 아이콘은 다시 중국, 몽골의 초원,
한국으로 이동해 우리 민속에서 문 위에 매달린 북어 두 마리로 끈질기게 이어집니다.
참 경이롭고 긴 상징의 여행입니다.
‘백년어’는 삶의 치유를 나눕니다. 물고기가 표상하는 건 존재의 깊이와 깨어있는 영성입니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힘이며 동시에 우리 내면을 향해 들어가는 힘이기도 합니다.
팽팽한 원심과 구심의 생명성을 품은 나무물고기 100마리는 제각기 아름답고 강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눈빛들은 비움, 나눔, 느림, 열림, 누림, 풀림을 바라봅니다.
이 동의어들은 역사의 바다를 온몸으로 항해할 정신과 실천을 의미하며,
<百年魚>가 생활세계에 내거는 작은 깃발입니다.
이 푸른 깃발이 바람을 만들고 꽃을 피울 것입니다.
마침내는 이 소박한 펄럭임이 사랑의 무늬, 사람의 무늬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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