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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차 만들기 - 차 따는 시기

우석푸른바다 2011. 4. 17. 13:38

 

 

'곡우'는 상징생태변화 고려해야

 

곡우(穀雨;) 4 20일이다. 곡우 쯤이면 백화쟁발(百花爭發)하던 산하(山河)가 잠잠해지듯,

꽃 빛에 취해 덩달아 들떴던 심신(心身)도 차분해진다.

 

자운(紫雲)이 서렸던 나무 가지, 연두 빛 휘장을 두른 듯 여린 잎이 생생하다.

이 때가 되면 차꾼들은 각기 다른 꿈을 꾼다. 차 만들기를 수행으로 여기는 이들은 한 해를 반성하고,

어떤 이들은 좋은 값의 차 만들기를 소망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들의 생활 속에 곡우는 차 철의 상징(象徵)이요,

우전차(雨煎茶;곡우 이전에 만든 차)는 명차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서 우전차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싹을 돋게 하여 우전차를 만든다면 자연의 이치를 어길 뿐 만 아니라

차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요, 인간의 속된 욕망을 드러낼 뿐이다.

 

 

그렇다면 첫물차를 따서 만들기에는 어느 때가 적당할까?

대개 차를 따는 시기는 차나무가 어느 환경조건에서 자라는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간(山間)인가, 평지 다원인가에 따라 다르고, 대나무 사이의 반음반양(半陰半陽)에서 자라는가,

노지(露地:그늘이 없이 햇빛을 다 받는 곳)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있다.

또한 일조량과 다원의 방향(方向)에 따라서도 다르며 지역에 따른 기후 변화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채다 시기는 지역적 조건을 고려하되 차 잎의 상태가 두 잎 ~ 세 잎 정도 벌어졌을 즈음이 가장 적당하다.

 

우리나라 기후 여건 상 제주지역을 제외하고는 곡우가 지나고 7~10일이 후 첫물 차를 따는 것이 가장 좋다.

 

기실 명차를 만들 수 있는 첫째 조건은 채다 시기를 어느 때로 정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에서다서(茶書)에 이르기를 차를 따는 시기는 때를 맞추는 것이 귀하다.

너무 이르면 기미(氣味)가 온전하지 않고, 늦으면 차의 기운이 흩어진다.

곡우 이전 5일에 따는 것이 상품이고, 곡우가 지난 후 5일 뒤에 따는 것이 그 다음이며,

곡우가 지난 10일 이후에 따는 것은 그 다음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우리나라 차를 경험해 보니 곡우전후(穀雨前後)(곡우 이전 5, 곡우가 지난 후 5)에 따는 것은

너무 이르며, 입하를(立夏;5 6)전후하여 차를 따는 시기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茶書云 採茶之候貴及時 太早則不全 遲則神散 以穀雨前五日爲上 後五日次之

後五日又次之 驗之東茶 穀雨前後太早 當以立夏前後 爲及時也

 

 

 

초의 스님이 말한 다서(茶書)는 그가 『다신전』을 초록할 때

모본(模本)으로 삼았던 『만보전서』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중국과 다르기 때문에 곡우 전 후에 차를 따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으며,

자신이 경험하고 연구한 바로는 입하 전후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입하는 대개 곡우가 지나고 15일이 지난 후이니 대략 5월 초순경이 된다.

그러나 초의스님이 열반하신지 140여년이 지난 지금은 기후의 변화도 크며

지구의 온난화, 환경오염에 따른 생태도 많은 변수가 생겼다.

 

초의 스님이 살았을 때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다.

따라서 곡우는 우리에게 상징적 의미일 뿐 채다 시기와는 별개임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