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푸른바다 2011. 2. 12. 20:26

 

 

달이 숨은 그믐밤에 전등불빛이 사라지면

바로 내 몸의 가지끝인 손조차 보이지 않을 때

문득 창으로 시선이 간다.

 

어둠에 익숙해지길 기다려 창밖을 내다보면

희미한 별빛에 먼 산은 형태조차 없고

가까운 산은 흔들리는 그림자가 되고

산방  한켠 소나무만이 회색빛 가지로 날 유혹한다.

저 무색으로 가득찬 밤을 걷고 싶다.

 

한낮의 태양빛에 온갖색으로 화려하게 내 눈을 자극하던 것들이

먼곳의 어둠과 가까운 회색 두 가지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불빛없는 밤에 산책을 해 본 적이 그 언제인가.

 

새벽이 옅은 하늘빛으로 찾아들기전에

산방의 오솔길을 잠시 걷고 싶어 문을 열고 나서기를 몇번이던가.

 

도시라면 가로등 불빛에 색이 남아있으련만

산중이라 산방  건너 아른대는 별빛같은 불빛 두어개뿐

무색하면서도 고고한 밤의 아름다움을 느껴본다.